충북의 남부지역인 옥천은 맑고 깨끗한 청정 환경을 자랑한다. 그러한 옥천에서 경치 좋은 곳으로 내세우는 8경 가운데 하나가 군북면 추소리에 있는 ‘부소담악’이다. 부소담악은 추소리의 자연마을(추동, 부소무니, 절골) 중 부소무니 앞 대청호에 펼쳐져 있는 700여m의 병풍바위들로 ‘물 위에 떠있는 산’을 의미한다.
부소담악은 병풍바위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파노라마처럼 길게 이어지는 암봉들이 어우러지며 사시사철 한 폭의 그림처럼 물 위에 떠있다. 이곳은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는 추동을 돌아 부소무니 앞으로 굽이쳐 흐르던 금강의 물길로 큰 호수를 연상할 만큼 넓고 깊은 물길이 앞산자락을 적시고 있는 모습이 절경이었다. 그 당시의 바위산과 병풍바위 주변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우암 송시열은 소금강이라 이름 지어 노래했다.
1975년 대청댐이 착공되며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고, 추소리 절골에 있던 안양사 사찰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빛이 바랜 것만은 아니다. 부소무니의 부소담악은 대청호에 물이 차면서 예전의 모습보다 더 자태를 뽐낸다. 특히 신령스러운 산봉우리가 구름위에 떠있는 것 같아 신비감마저 도는 물안개 피는 아침의 부소담악 풍경이 일품이다.
사진작가를 비롯해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던 부소담악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하천협회가 뽑은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충북도내 남부권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선정기관에서는 이곳에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패를 설치하고 주변관광지의 고유한 역사, 유래, 전설 및 주요 문화관광축제현황을 수록한 화보책자를 발간한다. 옥천군에서는 내년까지 11억 원을 들여 구름다리와 나무계단을 만들고 정자와 조명을 설치하는 등 주요사업으로 개발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작년 가을, 고리산을 등산하며 내려다본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지난 10월에는 직접 찾아가 부소담악의 가을을 만끽했었다. 숨어있던 명승지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후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면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것을 많이 봐왔던 터라 손을 대기 전에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 12월 13일 부소담악을 다시 찾았다.
저희 추소리를 찾아주신 방문객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드릴말씀은 서낭당 정자는 노인들의 쉼터로 만든 것이므로 취사행위 및 잠자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니 이점 양지하시어 저희 동네 규정에 따라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소리 이장 박찬훈씨의 게시판 글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소담악 초입에 두 달 전에 보지 못한 정자가 세워져있다. 정자에 오르면 건너편에 보이는 추소리 마을의 풍경이 한가롭다. 수몰로 사라진 마을의 돌담들이 바로 앞에 나타나 눈길을 끄는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부소담악은 거리가 짧고 지역이 좁지만 높은 산을 오르듯 산행의 묘미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음주자나 부녀자는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암벽을 오르내리고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는 재미와 스릴도 만점이다. 바위산의 변화무쌍한 절경은 보는 이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하다.
쉼터 조성사업으로 정자를 세우며 주변의 잡목이 제거된 것 때문에 환경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개발과 자연보존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이면서도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기에 극단적으로 대립하기 쉽다. 그렇다고 서로 고집만 내세우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부소담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역민, 외지인 가리지 말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까이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옥천의 자랑인 만큼 훼손되지 않고 깨끗하게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군 관계자의 말이 꼭 실천되길 바란다.
부소담악을 개발하기에 앞서 ‘민족의 고동 대청땜으로 수몰의 실향이로다, 2004년 8월 거주인 순치노력으로 보수, 本人은 甲戌年을 당하여 甲戌生으로’ 등 개인의 치적을 내세우느라 마구잡이로 세워놓은 세 개의 표석과 시메트로 지은 정자부터 제거하는 게 좋을 듯하다.
[교통안내]
1. 옥천 - 4번 국도 - 군북치안센터 앞 이백삼거리 우회전 -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지나 우회전 - 추소리
2. 대전 - 4번 국도 - 군북치안센터 앞 이백삼거리 좌회전 - 경부고속도로 굴다리 지나 우회전 - 추소리
3. 청주 - 당진상주간 고속도로 문의IC - 회인IC - 송평사거리 직진 - 571번 지방도 - 남대문삼거리 직진 - 회남대교 - 신상교차로에서 구 고속도로 좌측 옥천방향 - 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