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 없는 가르침

2008.12.23 14:08:00

아직도 자녀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학교를 탓하고 선생님을 탓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런 분들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아버지의 책임이라는 사마온공(司馬溫公)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사마온공(司馬溫公)은 “養子不敎(양자불교)는 父之過(부지과)”라고 하였다. 아들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허물(過)이라고 하였다. 아들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잘못이고 아버지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책임을 학교에 돌린다. 선생님에게 돌린다.

자식이 학문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우선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음에 있음을 알고 자식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하고, 공부를 권하기도 해야 하며 자녀의 일거수일투족 세밀한 관찰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학교에 모든 책임을 맡기는 것은 기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선생님의 책임이 분명히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생님의 열정이 식지 않았는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쳤는지? 내가 전공하는 과목에 대한 연구가 끊임이 없었는지? 학생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엄하게 잘 가르쳤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마온공은 “가르치되 엄하지 않은 것은 스승의 게으름”이라고 하셨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기분을 맞추어 주면서 적당하게 수업을 한다면 그건 분명 스승의 허물이 아닐 수 없다.

부끄러움이 없는 가르침, 허물이 없는 가르침, 양심의 가책이 없는 가르침이 과연 이루어졌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교장선생님들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면 수업이 되지 않는 선생님이 있어 안타까워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선생님의 엄함이 부족함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을 통제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면 수업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교실에서는 엄함이 꼭 필요하다.

아버지가 집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독려하며 용기를 심어주고 애를 쓰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데도 학업에 관심이 없고 놀기를 좋아하고 오락을 즐기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이는 분명 그 학생의 허물이 아닐 수 없다. “父敎師嚴兩無碍(부교사엄양무애)로대 學問不成(학문불성)은 子之罪(자지죄)”라고 하셨다.

그러니 학생들은 공부해야 할 때 공부하지 않고 딴짓하다가 후회하게 되면 반드시 원망을 하게 되는데 누굴 원망하나? 부모 원망하고 선생님 원망하지 않는가? 그런 소인이 되어야 안 된다.

사마온공께서는 따뜻한 옷 입고 배불리 먹으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흙탕짓이나 하면 높이 오르려 해도 하류(下流)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셨다. 브랜드 옷 입고 다니면서 어깨에 힘주고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귀중한 젊음의 때를 낭비하면 하류에도 미치지 못하고 배운이들을 만나면 대화의 상대가 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만나기를 꺼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다.

하지만 배움에 임하면 선배 대접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청운의 꿈을 이룰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배필을 만나게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됨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니 10대 청소년들은 사마온공의 가르침을 빨리 깨달아 늙어 후회함이 없도록 배움에 임해 할 것이다.

의지가 약해서 공부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학생들과 공부보다 노는 것이 더 재미있고 즐겁다고 하는 학생들은 사마온공의 가르침을 가슴판에 깊이 새겨 볼 만하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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