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해수욕장의 해넘이와 신비의 바닷길을 보기위해 보령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하다 보면 꼭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일정에 쫓겨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그동안 그냥 지나친 곳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36번 국도를 이용해 보령으로 가다 보면 청양군 정산면소재지 앞 벌판 가운데 2층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올린 석탑이 서 있다. 이것이 보물 제18호인 서정리9층석탑인데 부근에 백곡사라는 절이 있던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대치터널이 뚫려 칠갑산을 넘나들기가 쉬워졌지만 옛 추억이 살아있는 칠갑산도림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옛길에서 콩밭 매는 아낙네상과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도 보고, 스타파크천문대까지 등산로를 걸으며 칠갑산의 자연을 만끽했다.
평야지대를 달리는 장항선에 작아서 더 정이 가는 청소역이 있다. 청소면 진죽리의 청소역은 1961년에 건축한 벽돌조 역사로 지붕이 녹색이다. 근대 간이 역사의 건축 양식이 잘 드러나 있는 이 건물이 장항선의 역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로 문화재청이 지정한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05호)이다. 달랑 택시 한 대가 역전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대여섯 명만 들어서도 꽉 찰 것 같은 대합실의 크기가 이용객이 작다는 것을 알게 한다. 경적을 울리며 시골 역을 오가는 기차들을 바라보는 것도 추억거리다.
무창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남포방조제에 있는 죽도에 들렸다. 방조제가 완공되며 육지와 연결된 죽도는 지난 5월 4일 갑자기 해일이 밀려와 낚시하던 사람과 관광객들의 인명피해가 컸던 곳이다. 사고 후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어 주민들의 걱정이 컸었는데 예전처럼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해돋이는 앞이 확 트여 붉은 해가 수면에서 떠오르는 동해안에서, 해넘이는 올망졸망 늘어선 섬 사이로 붉은 해가 사라지는 서해안에서 봐야 제맛이 난다. 무창포해수욕장의 해넘이는 서해안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지만 흐린 날씨가 하늘 위에서 해를 감추고 백사장에 모여선 사람들의 마음을 깜깜하게 만든다. 그 덕에 해수욕장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을 꼼꼼하게 관찰했다.
전국이 흐리다는 일기예보가 이튿날 아침의 해돋이를 포기하게 했다. 살다 보면 날씨 때문에 저절로 흥이 나거나 괜히 우울한 날도 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 탓인지 무창포해수욕장 앞 바다에 신비의 바닷길이 열렸지만 사람 수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