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목을 대나무로 정한 곳이 담양군 말고 또 있을까? 전국 최고의 죽제품 생산지가 담양이다. 담양하면 대나무부터 떠오를 만큼 죽세공품, 휴식 공간, 음식 등 대나무와 연관된 것들이 많다.
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늘 푸름을 자랑하고, 여럿이 무리지어 어우러지지만 각자 마디를 곧게 세우며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대나무는 옛 시조에서 굳은 절개와 지조를 나타냈다.
바람이 불어오면 '사각사각' 댓잎 부딪치는 소리가 정적을 깨우며 생동감을 불러오는 대나무 숲 죽녹원, 연인과 손잡고 걷기에 좋은 관방제림과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의 겨울풍경이 보고 싶어 담양을 다녀왔다.
담양군에서 조성한 죽녹원은 담양읍 향교리에 있다. 관방제림과 담양천 앞으로 보이는 대숲이 죽림욕장 죽녹원이다. 관광담양(http://www.damyang.go.kr/tourism)에 죽녹원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있던 몸을 풀고 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댓바람이 일상에 지쳐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또한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노라면 어느 순간 빽빽이 들어서있는 대나무 한가운데에 서있는 자신이보이고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신선하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성인산 오름길, 추억의 샛길, 샛길 등 죽녹원 8길의 이름도 재미있다. 대나무와 댓잎이 풍기는 향기를 즐기며 숲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죽림욕이 된다. 한번쯤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오른 대나무를 올려다보며 댓잎에 마음을 기대는 것도 좋다.
원예카페를 나서면 채상 인간문화재전시관이 있다. 채상은 대나무를 얇고 가늘게 쪼개어 빨강, 노랑, 파랑의 색깔을 채색해 짜서 만든 상자다. 전시관인 한옥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서한규 옹이 채상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문화재전시관 바로 앞에 담양향교가 있다. 향교는 유학의 교육하기 위하여 지방에 설립한 국가교육기관이다. 1398년에 창건하여 여러 차례 중수한 담양향교(전남유형문화재 제103호)는 외삼문, 명륜당, 내삼문, 대성전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외삼문 밖 150여m 거리에 하마비가 있으나 홍살문이 없는 게 특이하다. 내삼문 좌우에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200여년이나 되었다.
죽녹원 입구에 음식점 '죽녹원 첫 집(061-381-4021)'이 있다. 첫 집이라는 상호명과 수수하고 아담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죽순회, 숯불양념구이, 고등어구이가 나오는 대통밥 정식(8천원)을 시켰다. 대나무통에 찹쌀, 인삼, 대추, 은행, 잡곡 등을 넣어 만든 영양식 대통밥과 가정식 반찬들이 모두 입에 당길 만큼 맛이 있다.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 여행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당이 아니다.
죽녹원 옆으로 흘러가는 관방천의 6km에 이르는 제방이 관방제다. 이 제방에 수해와 토사방지를 위해 심은 200여년 이상 된 팽나무, 푸조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이 약 2㎞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자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 숲이 2004년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이다. 나뭇잎을 모두 떨어트린 관방제림의 나무들이 관방천의 물위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도 볼만하다.
담양에서 대나무만큼 유명한 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하늘높이 키를 키운 아름드리의 메타세쿼이아가 영국 근위병들이 사열을 하듯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모습이 이국적이고 환상적이다. 자전거 하이킹을 하거나 천천히 걸으며 동화 속 세상에서 삼림욕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2002년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금성산성 가는 길에는 대나무와 소나무 숲길이 조성된 대나무골테마공원도 있어 담양에 가면 걷기만 해도 낭만 찾기와 추억 만들기를 공짜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