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2009.01.13 09:32:00


"할머니,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저희는 수원에서 온 선생님들이예요."

강원도 태백에서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마치고 떠나면서 리포터가 할머니께 드린 인사말이다. 그냥 떠나도 되는데 봉사자에 대한 할머니의 커피와 둥글레차가 얼굴을 직접 뵙게 만든 것이다. 할머니는 작년 이 마을에 수해가 났을 때도 수원 사람들이 왔었는데 이 먼 곳까지 찾아 주어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다.

경기도교육청과 월드비전은 '세계시민교육 교원 아카데미 국내연수'로 중등 교원 13명이 1월 9일부터 2박3일간 정선과 태백에서 봉사활동 체험을 하였다. 수원 출발에서부터 연수 종료까지 월드비전 직원 3명이 동행하였고 현지의 사업소 직원이 안내를 맡았다.

연수 내용은 도시락 배달, 이불 빨래, 방문 목욕 서비스, 연탄배달 등이다. 연탄배달은 태백에서 한 가구에 300장씩 총 4가구에 배달하였는데 일이 몸에 익숙지 않아 힘들었다. 그렇지만 봉사가 즐거운 선생님들이라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힘을 합쳐 땀을 뻘뻘 흘리며 웃으면서 봉사활동에 임했다.

선생님들은 힘든 것을 감추려고 스스로 격려와 위로를 잊지 않는다. 어디가서 이야기 할 때 "연탄 1,200장 날라 보았어?"라고 말하겠다고 자랑한다. 힘든 만큼 보람이 크다는 이야기다. 사실 팔뚝을 만져보니 통증이 온다. 기껏해야 백묵으로 판서하던 선생님들이 연탄 나르는 중노동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첫날 정선사업소 이금순(38)씨와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중요한 깨달음 하나. 그녀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도시락은 하나의 매개체였다. 독거노인들의 안부, 건강, 근황, 자식 이야기, 비상시 연락처 등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친 자식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방문하는 차소리와 사람 발자국 소리를 그들은 하루종일 기다립니다" 그녀가 7년동안 폭설로 딱 한 번 빼놓고는 배달을 멈춘 적이 없는 이유다. "밥보다 사람을 기다리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 딱 한 번 만나는 사람이 저예요. 그러니까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지요."

방문 목욕 서비스를 다녀온 서호중학교 이은선 교사는 102살 할머니를 76세 큰딸이 14년째 봉양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큰딸은 암 수술을 하였고 파킨슨병에 걸려 있다며 노노봉양의 현실을 전해 준다. 그녀는 목욕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다른 이웃에게 본인의 외투와 털조끼는 벗어주었다. 과연 봉사학습부장답다.

정선군의 인구가 4만2천 명인데 65세 이상 노인이 6천1백 명으로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이 곳을 떠나고 노동력이 없는 노인들만 남아서 국가나 자선단체의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은선 부장은 노노부양의 해결책으로 "65세 이상이 부모를 부양할 경우, 국가에서 월 45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사회복지 정책을 썼으면 한다"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노동력과 수입이 없는 노노부양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국가적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할머니,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이 간단한 말 한마디, 이번 연수에서 목석같은 리포터가 배운 것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도시락만 전달하면 50점짜리 배달원, 안부를 묻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이야기로 그들의 걱정을 나누면 100점짜리 '사랑의 전도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정선 사업소에서 음식 조리와 배달을 담당한 이금순 씨는 한 술 더 뜬다. 출발 전, 사탕 한 봉지를 언제 준비했는지 우리들 더러 사탕을 호주머니에 넣으라고 한다. 웬 사탕일까? 배달하면서 심심할 때 먹으라는 것일까? 

그녀는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장애 남매 중 여자 아이에게 한 마디 한다. "○○야! 선생님하고 악수해 봐!" 리포터는 악수를 하면서 여자 아이의 손에 사탕 몇 개를 얼른 쥐어 주었다. 얼핏 중학생처럼 보이는 여자 아이는 23세라고 알려준다.

세계시민교육은 지구촌 구성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지구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여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실천하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경기도교육청과 월드비전은 제1기 세계시민교육 교원아카데미를 1차(2008.8.15-17/안성수덕원), 2차(2008.10.11-12/가평수덕원)에 이어 이번에 정선과 태백에서 현장연수를 가졌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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