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VS '학교이미지 쇄신'

2009.01.18 19:15:00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에서는 '일선고등학교에서 특정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합격 게시물은 입시경쟁과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대학입학 여부만으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로써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진 합격게시물(현수막등)에 대한 정당성이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일선고등학교에서는 '학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얻으려고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일 뿐 인권 침해 의도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면서 이들 단체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대학입시에서 합격한 경우 소위 말하는 좋은대학이나 명문대학합격생들이 현수막등의 게시물에 게시되는 경우는 이맘때 쯤이면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시골 고등학교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한편으로 중소 시, 군에서는 학교별게시는 물론, 해당 자치단체에서도 이런 게시물을 내거는 경우도 있다. 학교를 알리고 지자체를 알려서 재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런 게시물 문제는 고등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중학교에서도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의 명단을 게시하는 것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여기에 일선학원들에서는 자신의 원생들에 대한 합격현황을 자세히 게시하고 있다. 합격현황이 곧 원생들을 모집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특정학교에 합격한 학생들을 게시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관행이다.

이런 게시물에 대해, 경향닷컴이 KTF 휴대전화 사용자 1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권침해'라고 답한 응답자가 50%로 '그렇지 않다'(41%)는 응답자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고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9%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령대에 따른 인권침해 응답자 비율은 40대가 64%로 가장 높았고, 10대가 54%, 50대가 51%, 70대 이상이 50% 순으로 나타났고, 이에 비해 30대(47%), 20대(45%), 60대(45%)의 경우에는 '인권침해'라는 응답보다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이같은 결과는 현재 중·고등학생의 학부모 연령대인 40대와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의 연령대인 10대가 다른 연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권침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경향신문 2009.01.16 19:43).
 
결과에서 보듯이 인권침해와 그렇지 않다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권침해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것을 보면, 합격게시물에 대해서 한번더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특정대학에 합격한 학생들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현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주목된다 하겠다.

교육의 본래목적이 다양함을 추구하는데에 있다고 할때, 찬성과 반대 어느쪽의 의견이 옳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 모의고사등을 실시하면 게시판에 순위가 발표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성적이 우수한 경우라면 별다른 느낌이 없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는 자극보다는 도리어 절망으로 빠져드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도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기위해 비슷한 방법을 활용하는 학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나름대로의 판단에서 이루어질 문제이지만 득과 실을 철저히 따져보는 과정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어쨌든 현수막 문제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다만 특정학교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는 현수막을 내걸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학교선택제 도입을 앞두고 있는 서울의 경우는 현수막게시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부모 역시 많지는 않지만 학교측에 현수막 게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인권침해와 학교알리기 사이에서의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열쇠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넘어갔다. 최종적인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건 찬성과 반대의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생각에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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