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실제' 더 큰 안목으로 바라보자

2009.01.24 05:53:00

 '이르면 올해 2학기부터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 `교과교실제'가 일부 중ㆍ고교에 도입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현재 실시되고 있는 수준별 이동 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대학생처럼 수업을 받게되는 교과교실제를 중ㆍ고교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교과교실제란 과목별로 교실을 지정해 학생들이 자신이 신청한 과목의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게 하는 교육 방식이다. 따라서 교과교실제가 도입되면 중ㆍ고교생도 대학생처럼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과학고, 국제고 등 일부 특목고와 서울 한가람고, 공항중 등에서는 이미 시범 실시됐다.'(연합뉴스, 2009/01/22 08:49) 교과부에서 오랫만에 희소식을 전해 주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관심있는 학자들은 물론, 일선교육현장에서도 꾸준히 원하고 요구했던 사항이다. 그만큼 그 중요성과 효율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이런 중요성으로 인해 각 시도 교육청에서 권장해 오기도 했었다. 이런 교과교실제를 도입한다는 발표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교과부에서 직접 그 시기까지 거론하면서 방안을 발표한 적이 없었기에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앞으로 모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지고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한발짝 발전된 교육현장을 기대해 본다. 다만 '학생들이 자신이 신청한 과목의 교실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듣게하는 교육방식이다.'라는 부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헤아려보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교과교실제의 실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교과교실제 도입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의 교과부 발표를 보면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부분인데, 그 이면에는 학교별로 여건이 되는 곳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 여건이라는 것은 바로 여유 교실이 있는 학교에 한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학교가 얼마나 될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시범운영했던 학교들 중 한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학교역시 교실부족때문에 전체학급이 교과교실제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실이 부족한 것을 해결해야 실질적인 교과교실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돈인데 그 돈이 부족해서 확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교과부에서 교과교실제의 확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현실에서 일부 수정하여 실시한다는 조건보다는 과감한 예산투입을 통해 가능한 학교는 모두가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영어교육 활성화방안으로 일선학교에서 영어전용교실을 만드는 것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단 하나의 교과교실을 만드는데에도 이렇게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현실에서 교과교실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의 투입이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굳이 수준별이동수업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교실의 부족이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예산의 확보는 절실한 문제라는 생각이다.

중등교사들이라면 교과교실제 운영에 거는 기대가 클 것이다. 소폭확대나 일부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식의 방안은 구체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 교실이 남는 학교의 경우는 교과교실제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된다. 소위 말하는 특별실이 확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실이 부족한 학교의 경우는 기존의 특별실을 없애야 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유휴교실이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교과교실제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은 교과부의 의지가 아니어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학교에서 실시가 가능하도록 인위적인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학생수가 줄어들면 유휴교실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간단히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유휴교실이 나오기까지는 학교나 지역에 따라 그 기간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시시기의 차이가 곧 교육여건의 차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 이전에 좀더 확실한 의지가 곁들여져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돈 안들이고 되는대로 여건을 조성해 간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교사들이 꿈꾸는 교과교실제의 조기정착을 기대해 본다. 결국 필요한 것은 '예산투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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