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작은 미소

2009.01.27 09:43:00


설날 아침이다. 기상과 동시에 일월저수지로 나간다. 손에는 너까래를 들었다. 눈 치우려고? 아니다. 왜? 작품 활동을 하려고. 무슨 작품? 아파트 주민에게 선물을 주려고. 무슨 선물? 마음의 선물. 그게 뭔데? 설날 아침 행복한 미소를 띄게 하는 것.

직업은 못 속인다. 중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정문 입구 불모지에 솔잎과 돌멩이을 이용하여 '서호중'이라는 글자를 만들고.  울타리에는 솔방울을 이용하여 '잘 하자' 글자를 구성하고. 후문 바로 옆 운동장에는 낙엽을 이용해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고.

그 버릇의 연장인가? 기상과 동시에 저수지를 내다보는 주민들을 위하여 'HAPPY SUWON'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빙판위 얼어붙은 눈을 치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활동을 하니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아파트 저층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5층 이상 정도가 되어야 글자가 보인다.

글자의 잘못을 지적해 주는 주민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 주위의 분들이 마음을 모아 준 것이다.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니 옆집 아줌마와 아들이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 내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고맙다는 뜻으로 목례를 한다.

8층에서 내려다 보니 작품이 만족스럽진 못하다. 누나는 "얘! 아파트 주민들은 네가 시청 공무원인 줄 알겠다."고 한다. 행복한 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시 공무원. 그렇게 생각하면 어떠랴! 난 국가직 공무원이지만 그걸 따진들 무엇하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려고 한 것인데. 설날 첫 선물을 선사하려고 한 것이데.

새해들어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한다. 50 넘도록 남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그 동안 나 자신만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남은 '나 몰라라' 한 것은 아닌지? 요즘 들어 자신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현재 도단위 봉사활동교육연구회장 직함을 맡고는 있지만 아직 내면화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고향이 수원이고 이 곳에서 반평생을 살고 있다면 주민들을 위해 조그만 일이지만, 조금 부지런 떨어가며 이렇게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행복의 작은 미소를 주는 일.

기축년 설날 아침, 첫 출발 보람이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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