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2009.02.04 08:40:00

사서삼경의 하나인 중용에서도 배움에 대해서 잘 말씀해 주고 있다. 배우지 않으면 몰라도 배울 바에야 확실하게 배우라고 한다. 배운다면 알 때까지 배우라고 한다. 익숙해질 때까지 배우라고 한다. “有弗學(유불학)이언정 學之(학지)인댄 弗能弗措也(불능불조야)라”라고 하셨다.

여기서 弗(불)은 不과 같은 뜻이다. 有弗學(유불학)은 ‘배우지 않음이 있을지언정’이란 뜻이다. 다른 말로 ‘배우지 않으면 몰라도’라고 풀이할 수 있다. 배울 바에는(學之) 엉성하게 배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확실하게 알 때까지 배우라는 말씀이다.

중용의 이 글 앞부분에서는 널리 배우라고 하셨고 이제는 널리 배우되 확실하게 배우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이 예사로이 들어서는 안 된다. 배우다가 힘이 들면 그만 두고 배우다가 이해가 잘 안 되면 그만 두고 배우다가 장애물이 생기면 그만 둔다. 하지만 중용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弗能弗措也(불능불조야)라고 하셨다.

弗能(불능)은 ‘익숙해지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으면, 할 수 없으면’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배우기 시작했으면 익숙해 질 때까지, 이해될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우라고 하고 있다. ‘남들은 한번 들으면 이해하는데 나는 뭐야’하면서 포기하고 ‘남들은 몇 번 들으면 이해하는데 나는 뭐야’하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한 번 들어 안 되면 두 번 듣고 두 번 들어 안 되면 여러 번 들어서라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말씀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익숙해지고 이해가 될 때까지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 弗能弗措也(불능불조야)라고 하셨다. 弗能(불능)하여는 弗措也(불조야)라고 하셨다. 措(조)는 ‘그만두다, 하던 일을 버리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무리 배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익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중간에 배우는 일을 버리지 말고, 그만두지 말고 계속해서 배우라는 것이다.

열 번이든지 백 번이든지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열 번이든지 백 번이든지 또 읽어야 한다. 남과 비교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남과의 비교는 금물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씀이 포함되어 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을 때에도 알 때까지 물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한두 번 묻고 나면 그만 부끄러워 묻지 못한다. 그게 잘못된 것이다. 남을 의식해서는 안 된다. 오직 알기 위해서는 누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물어야 한다. 알 때까지 친구에게, 선배에게, 선생님에게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알 게 된다.

또 생각하는 것도, 분별하는 것도, 행하는 것도 도달점에 이를 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다 머리가 아프면 생각을 접는다. 분별하는 것도 분명한 분별이 되지 않는데도 포기한다. 행하는 것도 인내하지 못해 중간에 포기한다.

학문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되 익숙하게 될 때까지 배워야 하고 묻되 알 때까지 물어야 하며 생각하되 이룰 때까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분별하되 명확한 판단이 될 때까지 그치지 말아야 하고 행하고 실천하되 중도에 그만 둠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배움의 완성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중용에서는 배움의 도달점을 가르쳐 주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익숙해질 때까지, 알 게 될 때까지, 신중한 생각과, 명확한 판단력과 앎에 대한 실천, 배움에로의 실천이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弗措也(불조야)’라는 말씀을 잘 염두에 두자. 포기하지 말자. 그만두지 말자. 중간에 멈추지 말자. 하던 일을 버리지 말자. 그러면 학문에 길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학문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포기는 안 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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