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무’는 비표준어, ‘총각무’라고 해야

2009.02.06 16:45:00

우리 민족은 문자가 없던 시절 한자어를 빌려서 언어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어 어휘에는 한자어가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말에 70% 이상이 한자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한자어는 교양 어휘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추상 개념이나 전문 용어에 한자어가 많이 쓰인다.

이런 영향으로 한자어가 표준어로 채택된 경우도 있다. 표준어 규정 제22항에 의하면,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알타리무’를 비표준어로 밀어내고 ‘총각(總角)무’를 표준어로 정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다리소반(小盤)(×개다리밥상), 겸상(兼床)(×맞상), 고봉(高捧)밥(×높은밥), 단(單)벌(×홑-벌), 방(房)고래(×구들고래), 양파(×둥근파), 산(山)줄기(×멧줄기/멧발), 수(水)삼(×무삼), 윤-달(×군달), 장력(壯力)세다(×장성세다), 제석(祭席)(×젯돗), 칫(齒)솔(×잇솔), 포수(砲手)(×총댕이)’

이 규칙은 고유어라도 일상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일이 없어 생명을 잃은 것들은 버리고, 그에 짝이 되는 한자어만을 표준어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일상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일이 없어 생명을 잃은 것이라는 기준은 모호한 측면이 많다. 오히려 ‘개다리밥상, 맞상, 홑벌, 뜸단지, 멧줄기, 둥근파, 군달’ 등은 우리 입에 익은 말인데 확인되지 않은 규칙에 밀려났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표준어 규정에는 앞의 항과 대립되는 규정이 있다. 즉 앞에서는 한자어를 버리지 않았지만, 제21항에서는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고 그에 대응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용도를 잃게 된 것은, 고유어 계열의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가루약(×말약), 구들장(×방돌), 까막눈(×맹눈), 꼭지미역(×총각미역), 늙다리(×노닥다리), 마른빨래(×건빨래), 박달나무(×배달나무), 사래밭(×사래전), 잎담배(×잎초), 잔돈(×잔전), 지겟다리(×다리목발, 지게 동발의 양쪽), 푼돈(×분전/푼전), 흰죽(×백죽)’
         
  여기서는 한자어가 우리 국어 생활에서 그 쓰임을 보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정리된 것이다. 한자어를 버리고 고유어를 표준어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다.

표준어 규정 21항과 22항은 표면적으로 보면 모순되는 규정이다. 이러한 모순은 우리가 안고 있는 언어의 현실이다. 그것은 우리가 벗어내지 못하고 있는 약점이기도 하다.

모순은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갈등이 증폭한다. ‘한글전용을 주장하고’ 반대로 ‘한자 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는 역사적 모순을 무리하게 떨쳐내려고 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모순을 창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슬기로움에 기대야 한다. 팽팽한 주장은 모두 감정적인 대응이다. 언어 현실은 복잡한 현상이다. 복잡한 현상에 주목해야지 어느 일면만보는 처방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

또한 표준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학자는 학자들대로 또 방언을 사용하는 지역민도 표준어 문제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표준어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준어 문제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어휘 세력에 대해 새로이 사용하게 된 어휘 세력의 도전으로 이해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표준어에 대한 분포 조사나 실태 조사 등이 과학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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