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같은 병을 앓는 것은 아니다

2009.02.09 08:52:00

"바나나 향이 첨가된 우유를 예로 들죠. ‘바나나 우유’와 ‘바나나 맛 우유’의 차이점을 아세요? 바나나 과즙을 조금이라도 넣으면 바나나 우유가 됩니다. 그렇지 않고 바나나 향만으로 맛을 내면 바나나 맛 우유라고 표기해서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바나나에서 과즙을 추출하는 게 어려워요. 힘겹게 추출하더라도 극소량만 넣습니다. 바나나 우유로 팔기 위해 바나나를 넣는다고 할 때 바나나의 영양이 의미 있게 함유됐다고 할 순 없죠. 또 바나나를 극소량만 넣으면 맛과 향이 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바나나 향을 또 첨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바나나 우유라고 판매한다면 그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갑자기 무슨 우유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했을 것이다. 최근 일간지에서 보도된 내용이다.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식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사실과 보도되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반박을 한 내용 중 하나이다. 전체를 하나로 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일부만 가지고 전체와 같은 것으로 다루는 것은 실제사실과 엄연히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하나는 그 하나의 문제만으로 남겨두어야지 전체를 통일시킨다면 식품회사는 모두 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은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런부분이다. 사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방과후 학교는 물론이고 그 학교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사교육이 줄어드는 학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학교처럼 전국의 모든 학교를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들 학교처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준비과정도 필요하고 충분한 사전연구도 필요하다.

그래도 준비나 연구과정은 시간을 가지고 한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문제는 각 학교마다 지역여건이 다르다는데 있다. 방과후 학교의 경우, 농 어촌 지역과 교육여건이 안좋은 지역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제도이다. 그렇지만 이들학교도 강사구하는 문제와 수강료부담 등의 문제가 있긴 하다. 그래도 사전준비와 연구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건은 한꺼번에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가령 대도시의 사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프로그램을 충분한 준비와 함께 개설했다고 하자.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해야만이 성공을 거둘수 있다. 주변에 사교육 여건이 좋다면 당연히 방과후 학교보다는 사교육을 선호하게되는 것이다.

이런 여건의 차이를 두고 접근해야 어떤 교육정책이라도 성공을 거둘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모든 학교를 똑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면서 그대로 추진해 나간다면 성공하는 학교와 실패하는 학교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최근 교과부의 이주호 신임차관이 매주 현장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한 후 교육계의 관심이 높다.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많은 학교를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수행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는 학교가 주로 방문하는 학교가 될 것이다. 그런 학교는 당연히 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학교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긴 하지만, 현장을 알기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그렇지 않은 학교도 방문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주변은 물론 학교의 교육여건이 좋은 학교임에도 특징이 없는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에도 방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방문후에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관찰할 것이 아니고, 그 학교의 교직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 원인이 내적인 원인인지 외적인 것인지 충분히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적인 원인보다 외적인 원인에서 문제가 기인한다면 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단순히 한 두 학교를 모든 학교에서 모델로 삼기를 바란다면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식품의 유해성을 따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각 학교들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해보고 그 특징에 맞추어 교육방법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마다 치료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률적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병을 치료한다면 명의가 나올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같은 병도 증세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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