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입시안, 공교육과 함께 가야 한다

2009.02.14 16:58:00

현 정부의 대입자율화계획에 따라 2012학년도부터는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입시안을 마련할 수 있다. 대학들은 모처럼 주어진 입시자율화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우수 학생 선발에만 치중한다면 여론의 질타를 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행보로 묘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사실 대학입시는 그 방향에 따라 공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대학입시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형태라면 공교육도 덩달아서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입시자율화는 대학의 선발권 강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공교육 정상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이다. 특히 2012학년도 대학입시 완전자율화는 본고사나 고교등급제 등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민감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공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사학의 양대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가 2012학년도 입시안을 두고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어 교육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양교의 입장은 수시모집에서 대학별고사(본고사)의 도입과 관련하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대학별고사를 주요 전형 방법으로 활용하겠다며 사실상 본고사 부활을 선언했다. 김 총장은 입시를 단순화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교육 정상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이기수 총장은 대학별고사(본고사)로는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없다며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는 교장 추천, 사회 봉사, 교내외 활동 경력 등 다양한 평가 요소를 도입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대학입시는 공교육 정상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4년제 대학(198개) 가운데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두 대학의 입시안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역할과 위상에 있다. 일명 ‘sky(서울대, 고대, 연대)’라 불리는 이들 대학의 전형 방법은 그 방향에 따라 다른 대학의 입시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공교육의 활성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동안에도 두 대학은 서로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펼친 바 있지만 이번처럼 입시안이 상대적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들 대학과 함께 주목을 받는 대학은 서울대다. 지금까지 알려진 서울대의 2012학년도 입시안은 연세대처럼 본고사를 치르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현재와 같은 골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서울대는 현행 유지, 연세대는 본고사 부활, 고려대는 다양한 전형 방법 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입을 주도하는 이들 세 대학의 입시안이 서로 다른 것은 자율화의 취지를 충분히 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문제는 국립대로서의 사회적 책무가 있는 서울대보다는 사립대로서 경쟁 관계에 있는 연세대와 고려대에 있다. 연세대의 입시안은 본고사라는 확실한 전형 방법을 통하여 우수 학생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사교육비 또한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다양한 전형 요소를 활용하겠다는 고려대의 입시안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긍정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홍보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왜냐하면 고려대가 2009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대학의 입시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자율화의 취지에 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두 대학이 어떤 입시안을 채택하더라도 그것은 대학의 독자적인 결정 사항에 불과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명심할 사항은 사회적 파급력이 큰 대학의 입시안은 자율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투철한 사회적 책무와 함께 높은 도덕성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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