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말 많고 탈 많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다른 것은 두 번째로 치고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는 "임실 초등교, 학력미달비율 전국 최저, 방과후 학교와 보육교실이 주효"라는 연합뉴스(2009.2.16. 기사참조)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보면, 전북 임실지역 초등학생의 학력미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으며, 그 비율이 각각 0.8%와 0.4%에 그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는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초등생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0%'를 기록한 곳은 강원도 양구와 경북 울릉 등 극소수이며 이들 지역도 0% 달성 과목은 각각 1개에 그쳤다. 더군다나 과목별 미달학생 비율이 6-7%를 넘는 곳이 허다했는데 반해, 임실은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이라는 점에서 이번 '약진'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설명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보고를 받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시골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를 냈느냐"며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담당 장학사는 "방과후 학교와 보육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소규모 학교라는 농촌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도시 학생보다 뛰어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우선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선생님들과 교육가족의 노고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공교육이 해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 소중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료를 잘 살펴본다면 약간은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기사 제목을 잘 살펴보자. 임실지역이 전국 최고수준의 학력수준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즉, 학력미달이 없도록 잘 지도하여 최저치 수준의 학생 수가 적다는 얘기다. 그 수치들은 교과부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울 강남이 다른곳에 비해 최고 수준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임실군 얘기는 무엇을 말할까?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건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들이 있다 보니 교사와 학생간 일대일 수업과 맞춤식 수업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울러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성향 파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므로 수준 수업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에다가 도시지역 보다 공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고, 지원이 많으며, 덜 경쟁적인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학력미달비율 최저 농촌인 전북 임실, 강원 양구, 경북 울릉의 상급학교(특히, 대학교) 진학률을 본다면 뭔가 연계성이 부족하다. 물론 대학진학률 하나만 가지고 모든 교육적 평가를 담보할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공교육의 목표를 그것으로 할 수는 없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육적 수준을 따지는 보통의 잣대를 들이대는 도구로 대학 진학률은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한국사회에서 사회 계층 이동에 있어서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학력을 통한 신분상승이라는 점에서는 말이다.
교과부와 언론에서 농촌학교의 학력최저미달비율 이라는 사례를 가지고 마치 도시지역 아이들과 경쟁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느냐,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는 환상을 심거나 핑계거리로 삼기에는 곤란하다. 도시와 농촌의 아이들은 현재 100미터 달리기에 있어서 같은 출발선상에 있지 않다. 그것은 부모의 재산 대물림이 학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학력최저미달비율을 이끌어낸 공교육의 성공신화는 분명히 자랑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사례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교육 문제점을 다 뒤엎을 만한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뒤처지는 학생을 안 만들었고, 모두가 공평하게 배울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었다는 국가의 본질적인 교육의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했다면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