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16일 사상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세부 지역별로 공개한 것은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정보 공개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즉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여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대책과 함께 학교와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학교별 서열화논란을 각오하면서 발표한 이면에는 학교와 교사들의 경쟁을 통해 학업성취도 향상을 꾀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하겠다. 이렇게 공개한 결과가 앞으로 교육현장의 어떤 변화로 다가올지 주목된다.
예상했던대로 사교육이 성행하는 지역의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온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학교별, 지역별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도시라고 해도 기초학력미달학생들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은 향후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또한 전북의 임실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은 사회, 과학, 영어 등 3개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단 1명도 없는 진기록을 세움으로써 이 부분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겠다. 임실은 국어와 수학 등 나머지 2개 과목에서도 미달 비율이 각각 0.8%와 0.4%에 그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아 시골초등학교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단 한번의 평가결과를 놓고 방향을 세우는 것이 옳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평가에 임하는 태도였다. 내신성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이들이 최선을 다했는가의 의문점은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느정도 객관적인 비교는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번의 결과를 통해 지역별, 학교별 여건차이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결과만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전북임실지역은 낙농업과 고랭지농업을 주로 하는 내륙 산간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인구 3만1천명에 초등학교는 14개, 학생은 1천400여명에 불과하며 이번 시험에는 6학년생 240명이 응시했다. 이런 성과는 소규모 학교라는 장점을 살려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임실교육청은 분석했다.
1400명의 학생이 14개의 학교에 재학한다면 한 학교당 평균학생수가 100명이다. 지역전체의 초등학교 학생수가 서울의 1개 초등학교와 같은 수준이다. 당연히 학교가 소규모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학생지도방법이 대도시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별 지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성취도 평가결과가 낮게 나온 학교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한다. 이들 학교에 대해서는 교장공모제도입과 학교장이 요청할 수 있는 교사수를 다른 학교보다 더 높이겠다는 것이 대책의 골자이다. 물론 재정적 지원도 늘리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학교의 결과를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학교별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의 학업성취도결과 공개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교별, 지역별 여건차이를 인정하되, 전적으로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학교별, 지역별 학생수의 차이를 인정하여 대도시의 학교에 대해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앞서야 한다. 한 학급에 10여명이 있는 학교와 3-40여명이 있는 학교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여건개선을 먼저 서두르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
여기에 사교육에 의존하는 풍토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서울지역에서 사교육을 많이 받는 곳으로 알려진 곳에서 성취도 평가결과가 높게 나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들 지역은 이번의 결과를 토대로 사교육이 더욱더 성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골지역의 성취도가 높게 나온 것에 버금가는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여건이 좋지않은 학교에 대한 지원책도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면밀한 분석후에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서울지역에서 수년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좋은학교 자원학교를 거울삼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예산을 투입했지만 예산투입에 비해 학교수준이 매우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참고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먼저 정확한 진단을 한 후에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의 학업성취도평가결과가 공개됨으로써 학교별로 학생지도에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이런 움직임만으로도 교과부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학교서열화문제와 여건차이에 따른 결과의 차이등은 계속해서 논란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향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것인가에 대해서도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결과를 가지고 지역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도리어 부족한 부분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가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