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무한경쟁사회라지만...

2009.02.22 08:58:00

‘우리 모두가 잘 사는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질서가 바로 서 있고 도덕적인 윤리가 통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법을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 경제적인 힘도 길러야겠지만 국민각자의 건전한 경제적인 가치관의 올바른 정신이 더 필요하다.’라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왔다. 그런데 최근 한 작은 동네에서 있었던 일은 무한 경쟁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리포터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 G대형 슈퍼마켓이 자리 잡고 있다. 리포터는 수년간 이 곳을 다니고 있다. G대형 슈퍼마켓은 단기간 전시를 철칙으로 하여 매번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살 수 있고 전시 마감 기간이 임박했거나 전시일이 막 지난 물품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가계에도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 그런데 G슈퍼마켓이 들어서자 아파트 정문 앞에 있던 소형 슈퍼마켓은 한 달 후 문을 닫았다. 소형슈퍼마켓은 G슈퍼마켓보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또 늦게 문을 닫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갈 수 있었고 마음씨 좋고 입담 좋은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세상이야기 듣는 것도 좋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파트 후문 쪽에 요란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사장 앞 스텐드에는 O월 O일 오픈 예정인 K마트 공사명이 써 있었다. 오픈 예정일이 다가오자 서서히 마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느 날 현관문에 K마트의 전단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찬찬히 살펴보았다. 가격에 따른 각종 사은품 안내와 G슈퍼마켓보다는 조금 저렴한 가격의 과일, 야채, 각종 공산품의 가격이 소개되어 있었다.

오픈 당일 K마트 앞은 인산인해였다. 연신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으로 양쪽 손에 물건을 가득가득 든 사람들이 오르내렸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5년 사이 세 번이나 중형 마트가 들어섰다가 G슈퍼마켓에 밀려 폐업된 바로 그 장소인데 확장 오픈 하여 훨씬 매장이 커 보였다. 매장 코너마다 없는 물건이 없었고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낯익은 아주머니의 반가운 인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누군가 보니 바로 G슈퍼마켓에 정육코너에 있던 아주머니였다. “어머나, 이곳으로 오셨네요. 그러면 앞으로 G슈퍼마켓은 어떻게 되는 거죠?”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 곳에 있던 직원 4명이 이쪽으로 온 걸요.” “아, 그래요? G슈퍼마켓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포인트 적립 때문에 두 곳을 다닐 수도 없고....”하며 말끝을 흐리니 아주머니도 씁슬한 미소를 보였다. 물건을 사고 조금 후 계산대에 들르니 역시 G슈퍼마켓의 직원이었던 분이다. 반갑게 인사는 했지만 많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개인의 도덕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민주사회는 서로 간에 신뢰성에서 출발하며 건전한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를 생활화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활 속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음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00미터 사이에 두고 새로 들어 선 큰 규모의 마트가 몰고 올 파장은 눈에 보듯 환한 일이다. 아무리 무한경쟁 민주사회라지만 한 쪽을 눌러야 내가 산다는 인식은 민주 사회 발전을 위한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아 모두가 풍요로움을 누리는 민주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의 안일을 위하여 무심코 자행했던 일들은 없었나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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