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전공과목인 마케팅을 배웠었는데 흥미로운 심리 용어 하나가 생각난다.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 歸因理論)이라는 것인데 어떤 하나의 사상과 그 원인을 서로 연결시키는 개인의 심리적 성향이나 경향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으로, 어떤 사건에 대해 '~탓이다'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귀인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 이론은 1958년대 Heider에 의해 대체적인 기본가정이 성립하였다. 그 후 1970~80년대에 Weiner에 의해 성취 귀인이론으로 발전하였는데, 사람이 상황에 대한 귀인을 할 때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귀인을 시킨다고 한다. 이것은 내부귀인과 외부귀인으로 나뉘는데 내부귀인은 성격, 능력, 동기, 기분 등의 당사자의 내적 특성에 원인을 귀속시키는 것이며, 외부귀인은 외부적인 특성, 곧 상황적인 특성, 타인의 영향, 날씨, 돌발적인 사고 등으로 귀인 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곧 관찰자(귀인을 하는 사람)가 관찰하는 행동이나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가지는 독특한 특성으로 인한 일인지, 외부 상황적인 요소에 따른 사건으로 판단하는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생뚱맞게 웬 귀인이론을 거론하는가 하면 요즘 공직에 불어 닥치고 있는 공무원 임금 삭감 바람 때문이다. 언론에서 말하는 내용을 보면, 정부는 1∼3급 공무원의 임금을 7%, 4급 이하 공무원의 임금을 5% 차등 삭감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종 조율 중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공무원 임금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에서는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관련, 금년도 공무원 보수가 동결되었고 정무직 공무원들의 자발적 연봉 10% 반납이 진행된 바 있다. 일부 부처에 따라서는 자율적인 보수반납 움직임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일괄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등의 계획은 없다'고 해명하였다. 하지만 행안부에서 해명기사를 내 놓았지만 그것이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 공직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공무원이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대해 모른 척 하고 외면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해 서로가 합심하여 난관을 돌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전경련에서 추진하는 대졸 초임 회사원 연봉 삭감 등의 일련의 작업이 위에서 말한 귀인이론을 교묘히 이용하지 않나 해서다. 잘못된 경제 정책과 오류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도탄에 빠진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비단 경제뿐만 아니고 교육, 통일 등 많은 국정분야가 다 그렇다.
어디 이런 사례만 그런가. 1년 전 어느 못난 시민에 의해 발생한 숭례문 방화 사건은 어떤가. 관리 소홀과 문화재에 관한 관심 부족으로 생긴 실화였음에도 그것을 숨기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한 모금운동 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온 물 타기 전략이 그것이다. 사태에 대한 본질을 흐리고 책임소재를 분산하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은 교묘히 숨긴 채 공무원의 임금삭감이라는 꼼수를 통해 이에 동참하지 않은 공직자는 나쁜 사람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국민들에게 비난여론을 조성하여 이간질하려는 불순한 의도이기에 그렇다. 공무원 본인들의 자발적인 동참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부여야 참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