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낭소리>가 주는 교훈

2009.03.04 09:27:00

어제 저녁 <워낭소리>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평소에 영화를 잘 보지 않는데 오랜만에 보니 볼 만하였다. 농촌을 배경으로 하였고 늙으신 두 어르신과 소에 관한 영화였다. 농촌 출신으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감동있게 잘 보았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새벽까지 그 여파가 밀려왔다.
<워낭소리>의 영화가 주는 교훈을 할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춰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점이 많았다. 그 중 세 가지만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할아버지의 환경을 탓하지 않는 모습이 돋보였다. 80세가 되면 모든 일을 그만 두고 편히 쉴 연세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평생 하시던 농사일을 그만 두지 않으셨다. 연세가 많을 뿐만 아니라 한 쪽 다리를 못쓰는 형편에 있었다. 농사짓는 농부가 가져야 조건 중의 하나가 건강 아닌가? 건강하지 못하면 어떻게 힘들고 고된 농사를 지을 수 있나?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데도 농부의 일을 그만 두지 않으시고 잘 극복하신 것이다. 또 발톱이 하나 빠진 상태였고 두통으로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끝까지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이 정도의 형편이라면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농사 일을 그만두지 않으셨고 어려운 여건을 잘 극복하여 농사를 지어 9남매를 잘 키워내셨다. 교육환경의 열악함을 탓하며 갖가지 어려운 여건을 탓하면서 맡은 일을 소홀히 하는 교육가족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것 같았다.

둘째,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할아버지는 농사밖에 모르셨다. 농사짓는 일을 모든 일의 최우선으로 두셨다. 농사를 지으면서 꼭 필요한 소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머리가 아파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에도 워낭소리가 나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혹시나 아프지 않은지,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수시로 둘러보면서 소의 등을 만져주며 먹이를 주며 소에게 사랑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도 학생들에 대한 교육사랑이 이와 같아야 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 농부처럼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사랑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하고 나와 함께 생활하는 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정말 참다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사료를 먹이지 않고 꼭 풀을 뜯어 먹이며 소죽을 끓여 먹이는 정성은 보통이 아니었다.

끝으로 할아버지의 농사철학이 돋보였다. 농사에 대해서는 할머니의 말에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힘이 들 때마다 “소를 파소, 소를 파소”하면서 노래처럼 말해왔지만 아예 말대꾸도 하지 않으셨고 가끔 하시는 말씀 중에 할아버지의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를 팔면 농사를 그만 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살아움직일 수 있는 한 농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또 할머니께서 사료를 사다 먹이면 소 키우기가 좀 쉬울 것이라고 하셨지만 소에게 사료를 먹이면 살만 찌고 소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이 또한 거절하셨다.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불어도 들에 나가 풀을 뜯어 소에게 먹이는 것은 그의 농사철학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확을 할 때에도 기계로 하자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기계로 하면 낫으로 할 때보다 나락이 많이 떨어져 나가 손실을 가져오게 되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셨다. 이 모든 게 할아버지의 농사철학에서 나온 것이었다.

우리들도 할아버지 농부처럼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학생들을 잘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워낭소리>는 오래도록 내 귀에 맴돌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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