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초ㆍ중ㆍ고교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자리에서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가르치는 것이 못하다.' 그래서 학원을 찾는다. '교사들이 반성해야 한다.' 그것도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보다 훨씬 못미친다'고 지적하였다. 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행정기관의 수장이 한 이야기이다.
교사들이 항변할 이야기가 많지만, 그래도 참는다고 하자. 결국은 교사들이 잘못하여 사교육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로인해 학생들이 사교육기관을 찾는다는 논리이다. 학교에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면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옳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바로 학원을 학교보다 우수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지금껏 그 어느 교과부장관도 학교보다 학원이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했다는 것은 사회적인 공교육불신 분위기가 그냥 형성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과부장관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를 모두 없애고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이야기가 아닐까. 잘 못 가르치는 교사들을 믿고 더이상은 학생들을 맡길 수 없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직설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안 장관은 공교육을 제대로 해보자는 뜻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본다. 교사들이 지금보다 좀더 열심히 가르쳐 달라는 당부의 이야기 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교과부장관의 이번 발언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만약에 안 장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교사들만의 책임은 분명 아닐 것이다. 시스템의 문제가 더 클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교육행정기관이다. 그 쪽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학교는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 이제와서 학교교사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한 생각이 아니다. 학원과 학교를 비교할려면 똑같은 조건하에서 비교해야 옳다. 한 학급에 40여명을 상회하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와 이보다 훨씬 적은 15-20명을 놓고 가르치는 학원과 어떻게 비교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서로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의 비교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정책의 부재를 교사들의 책임으로 몰고가는 것은 교과부에서 보여줄 자세가 아니다. 또한 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할 이야기도 아니다. 교사들을 모아놓고 해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야 만이 공감할 부분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만 방성할 일이 아니다. 교과부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왜 교사들에게만 반성을 하도록 하는가.
전체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학원처럼 철저한 맞춤식 교육을 요구한다면 학급당 학생수를 학원수준으로 조정해 주어야 한다. 또한 수준별이동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실을 확충해 주어야 한다. 교실도 없는데 수준별이동수업을 하라고 한다. 어디 천막이라도 치고 수업을 하라는 이야기인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제대로 갖추어진 학교들만 방문하지 말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들도 방문해 주길 요청한다. 그래야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반성을 할 것이다. 교과부도 반성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함께 반성하고, 함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잘못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다같이 교육발전을 위한 방안찾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