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여전(受施如箭)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입적하신 고승 성철 스님이 생전에 상좌들에게 늘 하던 말씀으로서 '신도들에게서 시주를 받는 것은 날아오는 화살을 받는 것이다'는 뜻이다. 신자들에게서 시주를 받아 생활하는 스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기와 다른 사람에 대한 성찰을 업으로 하는 스님들이 그 길을 가기 위해 사바세계의 신자들로부터 양식을 얻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작은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항상 고맙고 그것에 대해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하신 말씀일 게다.
수시여전이라는 고사성어를 마음에 더 깊이 간직해야 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같은 공직자여야 한다. 흔히 혈세로 비유되는 시민의 세금으로 봉급 받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 그 본분을 망각하는 사례가 있어서 더 그렇다. 얼마 전 수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산 복지예산 횡령 및 유용사건은 그러한 사례이다. 비록 그러한 부정직한 공무원이 대다수가 아닌 극소수가 아닐지라도 공무원 된 입장에서 얼굴을 들기 어려운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필자가 근무하는 교육청과 연관 있는 시의회의 학원 교습시간 조례에 대한 시의원들의 행태도 여론과 함께 시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 역풍을 맞아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지방지에만 소개되다 보니 잘 모를 것 같아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
시교육청에서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학원심야교습’이 청소년들의 건강과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한다며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원의 교습시간을 권고하였고, 이에 따라 초등학생은 22시, 중고등학생은 24시로 제한하도록 제출했으나 교육위원회에서 중학생을 23시로 하향토록 수정의결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에서 고등학생을 새벽1시로 상향토록 의결하면서 불거졌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 학원가의 로비설 소문으로 몇몇 시의원이 구설수에 올랐고, 시의회 자체 여론조사도 22시까지 하자는 의견이 많은 등 수정의결을 뒷받침할 만한 명분이 없었다. 이러자 교육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문제점을 집중 제기하여 교육위원회에서 제출한 원안대로 번안의결토록 재의결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나름대로 시의원들도 여러 가지를 감안하여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대의명분, 학습권, 건강권, 여론 등 학원가 의견 빼고는 어느 하나에서 선점하지를 못했다.
이런 사례와 앞에서 말한 고사성어를 보며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직에 들어와서 나에게 시주를 해준 시민들에게 과연 그러한 고마움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었던가. 어쩌면 당연한 내 권리라고 생각하며 시민들에게 오만불손하지 않았던가. 과연 나는 밥값을 하고 있는가. 매월 받는 월급을 날아오는 화살처럼 생각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