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믿어야 한다

2009.03.26 08:38:00

이달 말에 실시되는 진단평가를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진단평가에 학부모 보조감독제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규고사에서 함께 참여했던 학부모들도 이번의 진단평가까지 학부모 보조감독제을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언론에 학부모감독은 권장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실제로는 강제성을 띄고 있다. 학부모의 역할까지 정해져 있는 시행계획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학교에서 정규고사에 학부모 보조감독제를 도입했다. 그 도입배경은 수년전에 고등학교에서 성적조작 문제가 발생한 후에 공정한 성적관리를 위해서였다. 이 문제를 풀기위해 시험을 시차제로 실시하거나 교사 두명이 함께 감독을 하는 방법, 학부모 보조감독제 시행등이 제시되었다. 이 중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 감독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유독 이번의 진단평가는 그동안의 그 어떤 시험보다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시행계획에는 수능시험과 같은 형태로 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학부모 보조감독제의 도입은 물론, 1교시 시작 직후 응시행 현황을 보고 하도록 되어있고 시험이 모두 끝난후에 또다시 응시행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수능시험에서 매시간 현황을 보고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복도감독을 두도록 하였고, 본부요원도 확보하도록 되어있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실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시 교육청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다시 학부모감독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학부모들이 이번 진단평가의 학부모 감독제 시행을 문제삼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하룻만에 5시간의 시험을 모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매교시마다 감독을 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참여하는 학교도 있지만 이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1교시-4교시까지 네과목의 시험을 치고나면 12시 45분이 된다. 이때부터 60분간이 점심시간이다. 오후에 한시간의 시험을 더 치게 되는데, 이 시간도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3교시 후에 점심식사를 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감독제를 도입하면서 학부모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선학교에서는 학부모감독을 부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규고사때 처럼 3시간 정도의 시험이 아니고, 5시간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선듯 나서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의 부탁이기에 어쩔수 없이 대답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국 시교육청에서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 감독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학부모들이 감독을 하면서 불편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진단평가에까지 학부모들을 동원한다는 것이 옳은 방향인가도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진단평가가 적당히 실시되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교육공동체에 학부모가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필요이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옳은 것인가는 두고두고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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