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수능시험에서 '중요개념'은 기출문제라도 반복출제할 수 있도록 출제원칙을 현재보다 좀더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학교교육에서 중요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기출문제라는 이유로 수업에서 소홀히 다루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선교사의 한 사람으로 전적으로 환영한다. 기출문제를 피해서 출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문항은 반복해서 출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출제원칙이 학교의 정규고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는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재출제를 하게되면 그에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중요개념의 문제출제에서는 문항을 변형시켜도 결국은 큰 틀에서 보면 같은 유형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문제삼을 경우 교사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교육청 등의 교육행정기관에서는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모 중학교에서 기출문제 시비로 교장부터 출제교사까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각 학교의 시험출제 연수시간마다 이 문제가 예시로 제시되기도 했다. 원칙만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각급학교의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교사들은 출제에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기출문제 시비때문이다. 기출문제와는 상당히 차이를 두었더라도 묻는 개념이 같다면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교사들은 잘 알고 있다. 기출문제와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교사들은 출제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소한 3-5년전에 당해학교에서 같은 시기에 실시되었던 출제문항과 비교하면서 출제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자칫하면 기출문제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시험문제 출제에 따른 스트레스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수능시험에서도 중요개념에 대한 재출제가 가능함을 천명한 만큼 각급학교의 시험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올해 업무계획이나 장학계획이 이미 확정되어 각급학교에 하달된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입시관련 시험이 수능시험임을 감안할때 일선학교에 이미 내려간 고사관련 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리기 까지는 상당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개념의 재출제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일선학교에서도 중요개념의 재출제를 허용함으로써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물론, 교사들의 평가권을 좀더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기존의 문제를 똑같이 재출제할 교사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교사들에게 출제의 고통을 덜어주고 수업시간에 중요개념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어지도록 해 달라는 이야기이다. 각 시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검토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