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일의 사찰 생태기행문 <산사의 숲을 거닐다>

2009.04.13 10:35:00





이 땅에 사는 사람치고 산사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높고 낮은 산에 오르다보면 마주치는 게 산에 있는 절집이다. 사찰 중엔 수덕사, 백련사, 백담사, 법주사 같은 큰 절집도 있지만 작은 암자 같은 고즈넉한 절집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산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로인해 몸살을 앓기도 한다. 사찰 주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산에 오르기 위해 들르는 사람들 의해서다. 물론 어떤 이는 사찰을 보기 위해 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아름다운 산의 풍경이나 사찰의 분위기에 감탄할 뿐 그 주변에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고, 환경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가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그런데 무려 7년 동안이나 산사의 숲과 계곡을 발품 팔며 사찰 주변의 환경과 생태를 꼼꼼하게 기록한 사람이 있다. ‘108 사찰 생태 기행’ 시리즈의 하나로 가을 편 <산사의 숲을 거닐다>를 낸 김재일이다. 사찰생태연구가이기도 한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한 철도 거르지 않고 전국의 108개의 사찰을 두 발로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아다니며 사찰 주변의 숲과 계곡에 살고 있는 동식물은 물론 사찰의 관리, 경내 생태조경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관찰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했다.

그가 이런 작업을 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종의 사명감과 안타까움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점차 파괴되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산사생태연구를 통해서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비교하게 하고 우리 환경이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후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사명감이 그로 하여금 연구를 하게 했다는 생각들을 글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은 일반적인 기행 글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읽는 눈부터 달라진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고 들렀던 산과 사찰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내가 가봤던 그곳에선 어떤 나무와 동물 그리고 꽃들이 있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늘 무심코 갔거나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설악산에서 볼 수 있는 곤충류 중에는 여러 종류의 딱정벌레들이 있다. 봉정암 경내에서 발견된 수염하늘소, 5층 석탑 주변에서 관찰된 산길앞잡이, 백답계곡 길에서 관찰된 홍가슴풀색하늘소 등이 모두 딱정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수염하늘소는 소나무에 재선충을 퍼뜨리는 솔수염하늘소와는 무관하다. 수염의 길이가 10센티미터인 중대형 하늘소다. 분비나무류 등 주로 침엽수림에서 서식한다. 죽어가는 나무나 상처 입은 나무에 몰려들어 산란하는 습성이 있다. 수염하늘소 애벌레는 천적인 새들이 다가오면 큰 소리를 내서 새들을 놀라게 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의 기록은 꼼꼼하다. 생물의 특성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인간의 손과 발길에 의해 이런 생물들이 사라질까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물속에 사는 물벌레에서 하늘을 나는 잠자리와 나비, 청정수에 사는 열목어와 농수로의 송사리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 또한 두더지와 수달, 삵 그리고 산사 주변에 살고 있는 자생식물은 물론 사찰 경내의 환경까지 마음으로 바라보며 애정을 표한다.

“ ‘청평사 정원’이라 하지 않고 ‘고려정원’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정원 조성방식이 문헌에 남아 있는 고려의 궁중 정원이나 상류계급의 정원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정원 양식을 자연 속에 온 것처럼 꾸민다 하여 ‘자연식 풍경’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자연적인 느낌을 헤치지 않고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후원 문화가 발달된 것도 이런 이유인데 직선적인 외형에 비교적 단조롭게 구성한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춘천의 청평사에 대한 이야기로 청평사는 오봉산 골짜기를 전체를 사찰의 경내로 삼아 가꾼 정원이다. 산을 깎고 계곡을 돌리고 메워 정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모습을 정원으로 삼아 정원을 만들었다. 요즘처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차별적으로 허물고 깎고 하지 않았다. 무얼 하나 만들기 위해선 무조건 부수고 나서 생각하는 현대인의 인간 중심의 사고를 돌아보게 하게 한다.

한 달에도 몇 십 권씩 여행서가 나온다. 그러나 생태여행서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산사의 숲을 거닐다>는 여행서 치곤 독특한 책이다. 이번에 첫 번째 책으로 가을편이 나왔는데 앞으로 봄, 여름, 겨울의 모습이 담긴 책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계절의 산사 주변의 생태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사찰생태기행이란 책을 낸 이유가 단순히 산사 주변의 생태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우직한 작업을 통해서 미래에 우리 생태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알고 산사의 숲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또한 산사 주변의 숲뿐만 아니라 우리가 늘 가까이 하는 숲과 계곡에 대해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우리의 산하는 언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언제 파괴될지 모르는 불안에 떨고 있다. 숲과 계곡뿐이 아니다. 산, 강, 바다, 어느 것 하나 없이 경제라는 이름으로, 편리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때에 김재일의 생태기행인 <산사의 숲을 거닐다>는 우리의 자연과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에 대해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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