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니!

2009.04.14 09:32:00

어제 오후 어떤 회의에 참석하였다. 회의 시작하기 전 이런 말을 들었다.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이었다. 학교에서 학생 중 욕설을 안 하는 학생이 있으면 왕따를 당한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분명 사실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교실에서 일어나겠는가?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좀 고약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말이 생기는지? 왜 이런 말이 나도는지? 욕설을 하면 왕따를 당해야 될 텐데.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하다니! 말이나 되나? 만약 그런 교실이 있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욕설이 무엇인가? 남을 저주하는 말 아닌가? 남을 미워하는 말 아닌가? 남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 아닌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 아닌가?

이런 말이 자기에게 무슨 유익이 되며 남에게 무슨 유익이 되나? 명심보감 정기편에는 말에 대한 교훈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無益之言(무익지언)을 莫妄說(막망설)하라”는 말이다. 유익하지 않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욕설이 어디 남에게 유익이 되나? 자기에게 유익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유익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욕설을 하지 않는 학생이 왕따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욕설을 하는 학생이 왕따가 되어야 하나? 욕설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남을 미워하고 남을 비방하고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남을 해롭게 해야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되나?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교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마다 욕설 안 하기 운동을 벌여야겠다. 욕설을 안 하는 학생보다 욕설을 하는 학생이 학교에서 부끄러워 생활하기가 어려운 풍토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명심보감 정기편에는 “입으로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아야만 거의 군자라”고 하지 않았는가? 또 “남의 잘못을 들으면 마치 부모 이름을 들은 것처럼 귀로 들을지언정 입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입을 조심하여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 욕설은 나쁜 것이다. 욕설은 정말 좋지 못한 것이다. 남을 해롭게 할 뿐 아니라 자신도 해롭게 한다.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쓸데없이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욕서를 하는 것으로 취미를 삼고 기쁨을 찾으면 안 된다.

교실 안에서 욕설하는 분위기 만들면 안 된다. 나쁜 것은 독버섯처럼 쉽게 번져간다. 욕설을 좋아하는 이들은 지금부터 삼가야 한다. 욕설을 부추기는 학생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계속 그런 버릇이 있는 이는 “無益之言(무익지언)을 莫妄說(막망설)하라”는 말을 계속 암송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의 허물을 말하는 욕을 줄이기, 나아가 욕 안 하기. 남의 잘못을 말하지 않기, 남의 잘못을 들춰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습관 없애기 등을 해야 할 것 같다. 하루아침에 욕설을 없애기는 어렵다면 차근차근 욕설을 줄여가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욕설 대신 좋은 말을 하고 저주 대신 축복해주는 말을 하고, 무시하는 말 대신 존중해주는 말을 하고, 남의 인격을 낮추는 말 대신 높여주는 말을 해 보면 어떨까? 말은 사람을 사람되게 만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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