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따위의 경사에 남을 초청하는 글발이 청첩장이다. 짧은 글이지만 청첩장에는 꼭 참석해 축하해 달라는 청첩인의 진실한 마음이 담겨있다. 우린 민족은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착한 마음씨도 지녔다.
상부상조로 어려움을 이겨내던 예전에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직접 찾아가 축하하는 게 기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들 바쁘게 살고 있어 축의금만 전하는 경우가 많다. 인쇄술과 통신이 발달하며 청첩장의 양도 많이 늘어났다.
청첩장을 받으면 먼저 청첩인과의 친분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두 번 만나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청첩장을 보내오면 고지서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 그래서 청첩인은 내 집 경사를 알리는 청첩장이 고지서가 되지 않도록 누구까지, 어느 선까지 보낼까를 고심한다.
뒤늦게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지만 아들의 결혼식 청첩장을 학교, 학원 등에 대량 배포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며 교육계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나 교육감은 지역의 초ㆍ중ㆍ고교 교장과 교감, 교육청 산하 기관장, 본청과 지역 교육청의 5급 이상 교육공무원, 지역의 각계 인사, 학원연합회를 비롯한 유관 단체 등에 아들의 결혼식 청첩장을 돌렸다. 또 본청 총무과 직원 42명 전원에게 안내와 축의금 접수를 지시하며 하객이 몰릴 것에 대비했다.
공립초중등학교장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것만 해도 교육감의 권한은 막대하다.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면 되는 게 인사원칙인데 교육감이 보낸 청첩장 받고 가지 않을 교장과 교감이 몇 명이나 될까? 청첩장을 공문 보내듯 전체에게 발송할 때는 오지 않은 사람 체크하겠다는 뜻이 숨어있기도 하다. 자신은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내놓지 않으면서 경사가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챙기느냐는 관리자들의 푸념이 답답한 심정을 대변한다.
경거망동한 처사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누구에겐 돌리고 누구는 뺄 수 없어 교장, 교감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돌렸다. 직원들을 동원하는 게 아니고 희망자에 한해 나오도록 했다.’고 변명하는 것도 속보이는 짓 저지르고 얼렁뚱땅 둘러대는 속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2년 전에도 아들 결혼식 때 같은 양의 청첩장을 돌려 축의금을 받았다니 엄밀히 따져보면 단물 빼먹는데 이골이 난 행동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지탄받을 만큼 기본이 덜된, 교직원을 봉으로 아는 행동을 했다. 아이들에게 눈총이 제일 무섭다며 염치없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번 기회에 초등학교 아이들도 알고 실천하는 염치마저 없는 사람들에게 눈총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자.
교육세 폐지 등 교육계의 환경이 열악해 지고 있다. 교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추한 일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라 교육계를 조롱거리로 만들면 어쩌란 말인가? 그걸 교육계의 수장이라는 교육감이 앞장서서 하고 있단 말인가? 오호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