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위한 선생 <말더듬이 선생님>

2009.04.28 16:10:00




“나나, 나, 나나나나는 무라우치다”

무라우치 선생님은 말더듬이다. 그리고 떠돌이 선생님이다. 말더듬 때문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러 학교를 떠돌며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렇다고 순회교사도 아니다. 한 마디로 떠돌이 시간강사다. 한 달 또는 두 달 정도 어느 학교의 교사가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를 채운다. 그게 무라우치 선생님의 일이다. 그래도 그는 엄연한 선생님이다.

그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평범한 아저씨 같지만 말만 하면 기관총을 쏘아대듯 요란하게 더듬는다.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의 아이들을 그런 무라우치를 비웃는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없다. 그래서 무라우치는 늘 외톨이다. 늘 외면받고 무시당한다. 그래도 무라우치는 꿋꿋하다. 그래서인지 무라우치는 홀로 된 아이들, 외톨이가 된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에게 슬며시, 소리없이 수호천사처럼 다가가 안개처럼 스며든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열어준다.

“있잖아, 말을 못한다는 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건 괴로운 일이야. 하지만 외톨이가 둘 있으면 그건 이미 외톨이가 아니라고 생각해. 난 네 곁에 있는 또 한 사람의 외톨이가 되고 싶어.”

무라우치는 잘 난 아이, 똑똑한 아이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모두가 싫어하고 포기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다가가서 이렇게 말한다.

“다행이다. 너무 늦지 않아서.”

무라우치는 여덟 명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은 한다. ‘다행이다. 너무 늦지 않아서.’라고. 처음 무라우치를 접한 아이들은 그 말의 의미를 모르지만 나중에 그로 인해 절망을 벗어내고 희망이라는 모자를 쓰게 됨을 느낀다. 그리고 그 희망의 따스함을 느낄 때쯤 무라우치는 말없이, 쓸쓸한 뒷모습을 하고 떠난다.

외톨이가 둘 있으면 그건 이미 외톨이가 아니야

<말더듬이 선생님>(시게마츠 지음 / 웅진하우스)엔 여덟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두 왕따이다. 아이들이나 선생들 모두에게 괴롭힘의 대상이이거나 꺼림의 대상들이다. 아이들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웃는다. 그 웃음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잘못 이해한다. 당하는 아이가 그걸 즐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모른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는 웃는 건 도와달라는, 그만 괴롭히라는 간절하면서도 절박한 외침임을 모른다. 어른들도 모른다. 그런데 말을 심하게 더듬는, 그래서 정규 교사가 못되고, 아이들에게도 무시당하는 무라우치 선생님은 그 외침을 들을 줄 안다.

“왕따는…… 한 사람을 시, 싫어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싫어한다고 왕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남을 지지, 지, 짓밟고 괴괴, 괴, 괴롭히려고 생각하거나 괴괴, 괴롭힌다는 것을 깨, 깨깨닫지 못하고…… 괴괴, 괴로워서 내지르는 소리를 드듣, 듣,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왕따다…….”

무라우치는 말을 할 때 온 힘을 들여 말한다. 숨이 차서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턱이 부글부글 떨지만 그는 진심으로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의 말더듬을 비웃기보단 진정어린 말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래서 무라우치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정말 중요한 말만 한다고.

이 책은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여러 학교를 떠도는 교사 무라우치가 만난 여덟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각각의 화자는 무라우치 선생을 만나고 그를 기억하는 아이들이다. 물론 그 아이들은 왕따이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로 생활하는 아이들이다. 아니 어쩌면 혼자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바윗돌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인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을 무라우치는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그저 안고 바라볼 뿐 가르치려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다만 진심으로 말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말한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한 편으론 난 마음이 무거웠고 미안했다. 그리고 한 아이가 떠올랐다. 은따(은근한 따돌림)에 괴롭힘을 호소하며 우는 아이의 얼굴과 무라우치 선생의 얼굴이 교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무라우치 선생이 아이들에게 주로 해주는 말이 떠올랐다.

‘외톨이가 둘 있으면 그건 이미 외톨이가 아니야.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한단다. 선생님은 외톨이 아이들 곁에 있는, 또 한 사람의 외톨이가 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선생을 하는 거야.’

김 현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