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교습을 밤10시 이후에는 규제하겠다는 발표에 찬 반논란이 한창 이어졌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공교육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했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음성적인 사교육을 더욱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백지화'라는 발표가 교과부에서 있었다. 또다시 논란이 가중될 것이다. 정말 실망스럽다.
문제는 이 정책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에 있지 않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이야기가 독단적인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지만 그토록 중요한 사안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분명히 교과부와 미래기획위원회 사이에 모종의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교과부에서는 곽 위원장 혼자만의 생각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 입장을 쉽게 받으들일 수 있겠는가.
더우기 미래기획위원회는 대통령자문 기구이다. 그냥 쉽사리 혼자만의 생각을 언론에 흘렸다고 보기 어렵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주변의 관련기관들과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와서 백지화 한다는 것은 곽 위원장을 질타하기 보다는 교과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해야 한다. 그토록 중요한 사안이 며칠동안 언론에 오르 내렸음에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가 이제와서 백지화라니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민들 중에는 교과부가 학원연합회등의 반발에 백기를 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동안 입다물고 있던 교과부에서 이제서야 입장표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의혹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일반국민들로써는 충분히 제기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로써 사교육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활성화 하겠다고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던 학원교습시간 제한은 물건너 간 것이다. 대통령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내놓은 안이 이처럼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어갈지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한동안 이를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과부에서 반대입장을 내놓았지만 찬성입장에서 볼때는 정말 어이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을 할 것이다. 그 방법적인 측면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미래기획위원회에서도 충분한 검토와 논의없이 성급한 발표를 함으로써 혼란을 가져온 책임을 져야 한다. 교과부 역시 그동안의 논의에서 관련문제가 거론되었음에도 이제와서 백지화를 논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중요한 정책이면서도 오락가락 하는 정책을 내놓는 교과부와 관련기관에서는 깊이 반성하고 향후 이런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책상의 오류를 반복한다면 결국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왜 충분한 검토없이 발표되었는지도 확실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곽 위원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기에는 왠지 찜찜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정부의 발표를 항상 믿고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