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문의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문의 한마당 큰 잔치'가 열렸다. 잔치는 기쁜 일을 축하하기 위해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인데, 점심은 각자 싸오는 옛날식 운동회에 '큰 잔치'라고 이름 붙여 조손가정 아이들에게는 미안했다. 그래도 세상이 밝음을 증명하는 맑은 날씨, 아이들의 땀방울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 송홧가루를 날리며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양성산이 신이 난 어린이와 행사에 참여한 어른들을 축하했다.
세상은 편의위주로 변화한다. 뒤늦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그게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었다고 깨우치는 것도 많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 하나가 추억의 보물창고 속에서 가끔 한 번씩 꺼내보는 운동회다.
수학여행, 소풍, 운동회…. 옛날이나 지금이나 어른들에게는 소중한 추억거리들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사를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행사는 규칙과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면서 인내해야 할 것들이 많다. 자기 자녀가 지긋지긋해하는 운동회를 좋아할 어른도 없다.
옛날식 운동회를 대행하는 레크리에이션 회사가 늘어났다. 전문가는 배꼽 빠지게 웃기는 재주가 있다. 레크리에이션이 가미된 축제는 참여한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를 즐겁게 만들며 스트레스까지 해소시킨다.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율동을 하고 함성을 질러 운동량도 많다. 대부분의 학교가 운동회를 레크리에이션 회사에 맡겨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는 축제로 진행한다. 요즘은 옛날식 운동회가 열리는 학교들이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문의초등학교 학부모나 직원들도 레크리에이션 축제를 원한다. 옛날식 운동회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문의 한마당 큰 잔치'였다. 어린이날이 막 지난 어버이날 하루 전이라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거우면 되는 축제이기도 했다.
나는 이날 아동 관리를 맡아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했다. 아이들은 수없이 오가며 "선생님, 배고파 죽겠어요. 엄마한테 가서 물먹고 올게요."를 물어온다. 요즘 아이들에게 무조건 인내심을 요구할 수 없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적절히 통제하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운동장과 응원석을 두루 살펴봤지만 쓰레기가 보이지 않았다. 운동회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큰 행사다. 잔소리도 통하지 않는 운동회날 쓰레기가 없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아끼고, 가르고, 모으는 게 아가모 운동이라는 것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아 우리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자연 재해가 발생한다. 사실 아가모보다 버리지 않는 게 먼저여야 한다.
아가모 홈페이지(http://www.agamo.co.kr)의 메인화면에 '가치를 아는 사람 내 아이는 다릅니다. 가치가 있는 만큼 가치 있게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은 가훈으로만 필요한 글자가 아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좋은 방향으로 날마다 새롭게 변화하는 삶이 아름답다.
'문의 한마당 큰 잔치'를 자축하는 직원들의 회식자리에서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은 칭찬이 이어졌다. 쉬우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을 스스로 깨우친 문의초등학교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께 마음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한없이 쳐주고 싶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