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열기가 조금 누그러졌긴 했지만 왕년에 씨름 왕으로서 '테크노 골리앗'으로 불린 최홍만의 이종격투기 출전에 따른 인기는 상당했었다. 그 명성이 이어지고 큰 덩치에 맞지 않은 순박한 모습으로 그는 CF, 각종 예능프로그램 등에 섭외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그는 공인이라는 신분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최홍만이 5월 1일 일본 전역에서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 '고에몬(GOEMON)'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호위무사인 '아왕(我王)'역으로 출연한 것이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통일을 이룩한 무장이자 정치가로 일본에서는 숭상을 받는 인물이지만 우리에게는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켜 31년간 조선 땅을 전쟁과 살육으로 점철시켜 원수 같은 인물이다.
최홍만이 맡은 '아왕'은 자신의 주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지키는 무사로 검술의 강자로 등장하며,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왕의 멋진 모습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혀 더 공분(公憤)을 샀다.
때맞춰 한류스타로서 일본에 진출한 개그우먼 조혜련이 일본 방송에 출연하여 일제 강점기 황민화 교육의 첨병이었던 기미가요에 박수를 치는 모습이 방영되어 이런 철없는 행동에 기름을 더 부었다. 이것은 마치 유대인이 히틀러의 친위대인 나치 대원으로 나와서 충성스런 연기를 하는 것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더욱이 최홍만은 지난해에는 '특명계장 타다노 히토시'에도 출연한 적이 있어 실수로 인한 한 번의 해프닝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말한 최홍만 같은 몰역사적 개념을 가진 사람에 비해 대조되는 영화배우가 있다. 그는 차인표이다. 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부인인 탤런트 신애라와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고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묵묵히 벌이고 있어 사회적 귀감이 되고 있는 연예인 부부다. 여기에다가 차인표는 몇 년 전에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인 007 시리즈 20탄 '어나더 데이'에 주연급에 속하는 인물로 캐스팅되었으나 그 인물이 북한과 남한을 폄하와 왜곡하고 민족적 감정을 자극한다는 판단을 해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버린 좋은 사례도 있었다. 차인표 인들 세계인들이 보는 영화인 007 시리즈에 출연하여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최홍만은 일본의 꽤 많은 이종격투기 관객과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짧은 생각으로 그런 영화에 출연하여 남한과 북한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었다는 심증을 지울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쥬는 사회지도층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도덕률이다. 많이 살아봐야 보통 80년 정도를 사는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 이름을 남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