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교과부에서 확실한 사교육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보도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교육없는 학교'를 전국에서 우선 올해 6월에 전국적으로 400개를 지정하겠다고 한다. 사교육 없는 학교는 알찬 정규수업과 학교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 수요의 대부분을 학교교육으로 충족시키는 학교 모델이다. 학교에 사교육이 없다면 이것이야말로 이상적인 학교가 된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면 할수록 교묘하게 규모가 커지는 것이 사교육이다. 이런 사교육을 잡기위한 노력이 그동안 다양하게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사교육은 골치아프리만치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사교육을 잡아야 한다는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부의 대책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을 잡기위해서 사교육없는 학교를 만든다는 소식에 실망스러움이 앞선다. 특단의 대책이라기 보다는 사교육없는 학교를 지정하여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투입하고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것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를 학원과 똑같이 만들겠다는 발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자율학습실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복안이다. 여기에 정규수업을 마친후에 밤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학교에서 지도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어있는데, 학교는 학원과 엄연히 다른 교육기관임에도 학원과 똑같이 운영하겠다는 것이 옳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결국 사교육을 줄이는대신 사교육을 학교안으로 끌어들여 대신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이 정부에서 지원됨으로써 결국은 사교육이 장소만 옮겨서 계속되는 것이다. 또한 사교육비를 정부에서 대신 내주는 꼴이 될 것이다. 사교육없는 학교지정이 사교육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고, 각 가정에서 지출되던 것을 정부에서 대신 부담해 주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방과후 학교가 활성화되어있는 학교의 경우, 정규수업과 방과후 수업중 어느것이 더 먼저인가에 대해 헷갈린다는 교사들이 많다. 학교의 모든 구조가 방과후학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규수업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 방과후 학교를 더 우선할 수 있는가.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교육을 잡겠다던 정책이 겨우 학교를 학원으로 만드는 것이었는지 실망스럽다.
결국 공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이 될 수 없는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는 일시적인효과가 있을수는 있지만 사교육을 없애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교육의 주범은 그대로 두고 사교육없는 학교를 만드는 것은 한마디로 모순이다.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입제도로는 불가능하다. 대학입시제도의 획기적인 개혁이 이루어질때 사교육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