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승의 날은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교사의 마음이 편해서 오래 기억될 수밖에 없다. 가끔 스승의 고마움을 기억하라고 아이들이 만들어온 종이꽃과 편지를 학습판에 붙였다
스승의 날, 아이들에게 예고한대로 종이꽃만 받았다. 아이들도 약속을 따르며 담임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장난기 많은 아이가 불쑥 내민 선물은 되돌려 보내고 부모님께 마음으로 받았다는 전화를 했다. 선물을 준비한 학부모는 정이 단절되는 것을 아쉬워하고, 선물을 되돌려 보낸 교사는 오해하지 않는 것을 고마워했으니 감사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어떤 일이든 어긋나지 않고 생각대로 이뤄져야 마음이 편하다. 색종이까지 나눠주며 종이꽃만 받겠다고 선포한 진짜 의도는 다른데 있었다. 스승의 날을 이용해 우리 반에 유난히 많은 조손가정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었다. 의도대로 그 아이들이 종이꽃을 달아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봤다. 예쁘게 만들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는 아이들에게 꽃을 받으며 "고맙다. 잘 만들었다."는 말도 했다.
이번 스승의 날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주눅 든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교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미담기사들도 많았다. 동문회 임원들이 모교를 방문해 교사들에게 꽃을 달아주고, 교사들이 장학금을 지급하며 제자 사랑을 실천하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특히 충북일보 김병학 기자의 '선생님 참사랑,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에 소개된 스승들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겼다. 아침 운동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교사의 장기 기증으로 병마에 시달리던 4명의 환자들이 새생명을 찾았고,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지도하다가 귀갓길에 갑자기 숨을 거둔 고3 교사나 물에 빠진 제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숨진 젊은 초등학교 교사도 있다.
스승의 날, 한국교총과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무료관람 행사를 실시했다. 교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극장에서 45개 학급 학생들이 무료로 영화를 보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스승의 날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사연을 적어 무료관람 이벤트에 응모했었는데 당첨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스승의 날 오후 행운의 주인공인 우리 학급 30명과 분교 20명의 아이들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에 처음 가보는 아이들이 많아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현장학습차량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부착한 25인승 버스와 선생님들의 승용차 5대가 비상라이트를 켜고 일렬로 늘어선 모습도 볼거리다.
청주 롯데시네마는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배려를 했다. 분교아이들까지 동참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들어줬고, 상영관에 우리 학교 아이들만 입장시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몬스터vs에이리언'을 보여줬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를 실컷 들었다. 먼 곳에 사는 아이들을 하교시키느라 늦게까지 운전을 했지만 학생과 교사가 같이 즐거워한 날이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선생님의 깊은 사랑과 뜻을 받드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교육이 발전한다. 스승의 날만 날이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그리운 스승찾기(http://www.moe.go.kr/main.jsp?idx=0308020101)' 코너에서 해당 지방 교육청사이트로 접속하면 인사담당자의 신분확인 과정을 거쳐 찾고자하는 스승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다.
해마다 잊지 않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제자들이 있다. 대수술을 받고 요양중인 제자는 서해안으로 여행 오면 꼭 들려달라며 근황을 전해왔다. 앞으로도 소식을 전해주는 제자들과 교사들의 사기를 키워주는 일이 많은 스승의 날이었으면 좋겠다. 롯데시네마에서 진행한 영화 무료관람 이벤트와 같이 아이들이나 교직원들이 함께 즐거워할 행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