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의 강점과 우리나라 교육

2009.05.25 10:28:00

1. 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을 통해 본 프랑스 교육과 한국 교육

과연 진정한 평등은 무엇인가?
우선 ‘프랑스’ 하면 교육에 관계되는 사람은 ‘프랑스 대혁명’을 떠올리면서 ‘자유, 평등, 박애’의 3대 정신을 떠올린다. 인본주의 사상이 교육의 바탕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생활에까지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사람이 건널 때에도 운전자는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사람이 ‘왕’인 것이다.

프랑스에서 적용되는 교육의 원리는 무엇일까? 사람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교육에 임하는 하는 것이다. 결과론적 평등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개개 학생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월반이 있고 유급이 가능한 것이다.

프랑스에선 교육에 있어 절대 평등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능력에 다른 결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결과의 평등을 요구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평등 대우를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나라 헌법 31조에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평등 교육론자들은 ‘능력’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균등’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권리를 강조한다. 이것이 한국교육의 문제다.

평가, 어디가 선진국인가?
교육의 중요한 부분인 평가. 프랑스에선 모든 시험이 논술이다. 초등학교라도 한 주제에 대하여 최소한 1∼2 페이지 분량으로 논술을 쓰는 것이다. 그것을 교사가 평가한다. 교사의 평가에 대하여 이의제기는 생각할 수도 없다. 장학관이 그 평가 결과에 대하여 장학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으나 성적을 바꾸지는 못 한다. 평가에 있어 절대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교사, 그 만치 전문성을 국민이 인정하고 교사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학생 평가는? 주관식, 논술식 평가에 대한 학부모의 이의제기가 민원으로 발전하고 성적 감사 시 지적이 두려워 아예 객관식 선다형으로 출제한다. 객관식에서 창의성이 나올 리 없다. 암기위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교사의 전문성이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모 지역교육청 장학사 시절, 경시대회 점수를 학부모가 인정하지 못해 우여곡절 끝에 채점 답안지를 직접 확인하고 점수를 수긍한 적이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국민의 교육에 대한 신뢰, 물론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다. 바칼로레아 제도는 200년이나 경과되었다. 장관이 바뀌었다고 대학입시 제도를 졸속으로 바꾸지 않는다. 대입제도라는 프랑스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프랑스인들은 교사의 역할을 믿는다. 학교도 투명하게 평가업무를 처리한다. 평가,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학부모로부터의 공격을 방치해서는 아니 된다.

프랑스 교육의 특징은 학습방법이 논리적,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암기위주의 학습이 아니다. 학생들을 사고하게 만든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교사의 질문은 수업 중 일상화되었다. 학생들에게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여 학습에 임하게 하는 것이 프랑스 교육의 특이한 점이다.

프랑스 교육은 바탕이 인본주의
바칼로레아 합격증이 있으면 대학은 학생의 입학을 어렵지 않다. 대학을 입학하면 이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학교 1학년이 지나면 60%가 탈락한다. 이들에게는 탈락을 면할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두 번의 구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면 전과(轉科)를 해야 하고 3회 탈락을 하면 타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입학은 비교적 쉽지만 졸업은 어려운 것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학위를 취득할 수 없다.

우리의 대학교육은 어떠한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머리 싸매고 공부를 한다.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와는 담을 쌓는 것은 아닌지?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닌지? 그저 대학 문화에 취해 놀면서 그럭저럭 대강 공부를 해도 진급과 졸업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하겠다. 요즘은 취업이 어려워 취업 공부에 매달려있지만.

프랑스 대학교육의 경비는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이게 바로 선진국가의 힘이다. 데모를 하는 학생의 경우, 시험을 통한 진급이 어렵고 보충수업과 재시험을 통해 진급시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지의 한국교육원장은 말한다. 졸업이 얼마나 힘든지 졸업생은 입학생의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의과대학의 경우, 의사 수요를 보고 졸업생을 배출시키는데 학사관리가 엄격하여 43%만 졸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 그것이 교육부의 목표 수치와 일치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랑제꼴은 고급 엘리트 양성학교
우리나라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해당하는 일류학교가 그랑제꼴인데 프랑스에서는 150여 개의 그랑제꼴이 존재하고 있다. 국립의 경우, 등록금과 기숙사비가 무료인 것은 물론 장학금까지 준다. 사립은 학비가 아주 비싸다.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초·중·고교부터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좋은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경쟁 출발시점이 다르다. 그랑제꼴 준비반 입학 때부터인데 대개 상위 5% 정도가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 준비반에는 한국 유학생들도 다수 있다고 한다. 이 준비반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1년 후면 50%가 탈락한다고 한다. 기숙형으로 운영되어 주말에만 집에 갈 수 있다.

그랑제꼴의 대표적인 학교는 에꼴노르말, 국립행정학교, 시앙스 포, 에꼴 폴리테크닉, 파리 광산학교, 파리 보자르, 고등상업학교 등은 분야별로 최고의 학교이며 해당분야 실무지식을 가르치고 해당분야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2. 프랑스 교육 VS 한국 교육

가. 국가가 국민을 바라보는 관점은?
 
◆프랑스 교육 :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공화국 구성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이 같이 갈 것을 생각하고 있음. 인간을 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유지함.

●한국 교육 :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의 기초가 되는 교육을 실시함. 의료, 공공재조차 상품 논리, 시장 논리에 휩쓸리는 경향임. 신자유주의식 사고로 경쟁 교육으로 치닫고 있음.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인적 자원'의 대상으로 보며 국민도 교육의 한 수단이며 국가 경쟁력의 수단으로 생각함.
고등학생들에게 석차는 매우 중요한 숫자이며 1-9등급으로 등수와 등급을 매기고 있음. 이것이 프랑스와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 결국 국가지도층이, 사회가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알 수 있음.
 
나. 대입 제도는? 

◆프랑스 교육 : 한국과의 차이는 공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이 국립이라는 점. 대학 자격시험 20점 만점에 평균 10점이면 합격. 합격률이 75%∼80% 정도.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보는 그 나이 또래의 80% 정도가 시험을 보고, 55∼60%가 국립대학의 1학년이 되는 구조. 진급은 매우 어려움. 프랑스는 절대평가 유지. 고등학교 때까지 교육이 자유롭고 독서나 토론 시간을 가질 수 있음.
프랑스의 경우 18살까지 자기 인생을 즐길 수 있음. 통계를 보면 자신의 일생 동안 제일 바쁜 시기에 대한 질문에 '15살'이 제일 높음. 연애하고, 여행가고, 취미활동 등 가장 바쁜 시기가 15살. 한국의 15살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히 나타남.

●한국 교육 : 제도적으로 1∼9등급 만들어 놓아 등수와 등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자체로 경쟁에 휩싸이게 만든다. 프랑스가 보여주는 상징적 예는 20점 만점에 10점은 반점. 12점에서 14점 까지 잘한 편, 14점에서 16점 굿. 그런데 16점을 백분위 점수로 환산하면 80점. 한국에서의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80점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국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몇 등이냐가 중요. 입시 평가가 서열화된 구조에서 교육 자체가 왜곡돼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모두가 등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임. 한국은 대학에 들어가 전, 대입을 포기하지 않는 한 18살까지는 준비인생. 대입제도는 학생들을 대입 준비생으로 만듬. 시험을 위한 인생이므로 이에 대비하는 사교육은 더욱 커짐.

 다. 사교육은? 

◆프랑스 교육 : 교육이 공화국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교육에 돈이 들어가지 않음. 대학교까지 교육비가 무상. 사교육이란 개념 자체가 없음.

●한국 교육 : 사교육 열풍. 유례없는 한국만의 괴이한 현상. 한국은 공화국, 대한민국 헌법은 교육을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교육은 권리인데도 돈이 든다. 공교육비가 20∼25조 원, 사교육비는 35조 정도 추정. 사교육이 교육 자체를 시장화 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보통 2개에서 5개의 학원을 다닌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전전, 학원을 마치고 밤 늦게 귀가함.  
 
라. 대학교육은?

◆프랑스 교육 : 프랑스의 경우 학문학교와 권력학교에 대한 개념이 다름. 권력학교는 소위 영재학교, 전문지식인 양성 학교. 아주 소규모이고, 한 학년에 50-60명 정도 규모. 대신 권력학교는 학위가 없다. 그 사람들이 학위를 받으려면 대학으로 가야 하는 구조임. 
국가 정책으로 전문 분야별로 능력 있는 엘리트층을 형성시키는 과정에서, 학문학교에 대한 보완적인 개념으로 분야별 전문인 양성소와 같은 국립분야별, 국립 전문인 양성소를 두고 있다는 점. 그 학교의 일부가 권력학교이지만, 학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권력학교는 학교대로 역할을 하고, 학문은 학문대로 신장할 수 있게 만드는 체계임. 대학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경쟁이 시작되는 구조. 대학이 평준화 되어 대학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구조. 사회 구성원이 자발성에 의해 자기 성숙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생산해 내는 사회적으로 인적 받는 구조로 경쟁력으로 나타남. 대학에 들어가면 성년, 성년이 되면 가차 없음. 들어갈 때는 석차도 없고 절대 평가만 함, 대학에 일단 들어가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기조임. 프랑스 대학은 공부를 안 하면 진급을 할 수 없음. 공부를 제대로 도 철저히 해야 대학 졸업을 할 수 있음.

●한국 교육 : 대학 입학해서 경쟁이 완화되는 구조. 사회 구성원들은 일생에 딱 두 번을 위해 공부함. 대학입시와 취직. 이런 사회에서 학문 경쟁과 학문적 성과가 나오기 어려움. 사회 구성원이 자발성에 의해 자기 성숙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생산해 내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구조가 아닌 학벌위주의 사회라서 교육 경쟁력이 나오기 어려움.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고, 등록금이라는 것이 있지만, 대학에 가면 대충 공부해도 졸업장 받을 수 있음. 그 졸업장이 평생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하는 사회 시스템임.

3. 대한민국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암기위주의 교육, 학벌위주의 교육, 입시위주의 교육에서는 진정한 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 창의력 교육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저 일류대 합격을 위해 초등학교 교육부터 사교육에 시달려야 하고 중·고등학교 교육도 입시에 매달리게 된다.

청소년 시절 자유스럽게 즐기는 취미나 특기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프랑스는 청소년의 절정시기가 15세 전후라는데 우리나라에선 절정기가 없다. 그냥 입시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하였다. 학교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의 제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이겨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는가? 한 번 쯤 되돌아보아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모 교육단체에서 요구하는 결과의 평등 주장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에 따른 결과가 다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능력이 다른데, 노력한 정도가 현격히 다른데 같은 열매를 갖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중·고교가 입시 기관화하였다는 비아냥 소리가 교사들에게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교육 수요를 학교에서 소화하여 교육본질에 충실하면서 대입진학에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학교장의 마인드에 따라서 학교가 일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더 좋은 학교를 만들자’는 교직원의 합심과 인화단결이 전제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 누가 앞장서 해결해 주지 않는다. 국가가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 일선 교원들이 공교육이 질을 높여야 한다. 평가의 객관성, 투명성도 확보하고 교육이 신뢰를 쌓아야 한다.

프랑스 교육,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아니 된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교육의 강점이 있다.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맞는 교육제도를 뿌리내려야 한다. 장관이 바뀌었다고 가시적인 업적을 치적으로 남기려 해서는 아니 된다.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의 미래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교육을 통해 자식의 미래,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 희망이 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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