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남부의 영동은 아름다운 산과 맑은 계곡물이 만든 휴식처와 역사유적지가 많다. 그중 하나가 우암 송시열이 즐겨 찾던 명승지 한천팔경이다.
한천팔경은 영동과 추풍령을 잇는 4번 국도변이고 경부고속도로 황간 IC에서 가까워 영국사와 송호국민관광지가 있는 양산팔경보다 교통이 편리하다. 이웃하고 있는 반야사에서 고려 초기의 삼층석탑과 벼랑에 반쯤 걸쳐 있는 문수전을 만나고, 역사의 현장 노근리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이 왜 소중한지를 깨우칠 수 있어 호국보훈의 달에 찾으면 일석삼조의 체험학습지가 된다.
황간에서 서북방으로 2㎞만 가면 한천팔경을 만난다. 한천팔경의 1경인 월류봉 주변은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있는 높은 절벽, 절벽 위에 날아갈 듯 앉아있는 정자, 정자 밑 층암절벽을 휘감아 도는 맑은 물이 어우러지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놓았다.
월류봉 주변의 풍경은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쉼터역할을 하는 정자가 세 곳이나 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정자에 올라 월류봉 일대의 산수를 구경하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예나지금이나 사람들의 감정은 같았나보다.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되어 사시사철 사람들을 유혹하는 한천팔경의 수려한 풍경이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고 우암 송시열은 이곳에 한천정사를 지어 학문을 갈고 닦았다.
냇가에 놓여있는 뜀 돌을 건너 해신촬영지를 지나면 절벽 위의 월류정에 오를 수 있다. 정자 바로 앞에 한천정사와 우암 유허비가 보인다. 물길을 따라가면 하천에 널려있는 암석과 맑은 계곡물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잔디밭이 넓게 조성된 개인 주택 앞으로 암석절벽 산양벽과 냇가의 산책로가 별천지처럼 이어진다.
대낮처럼 밝은 불빛보다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에 정이 간다. 월류봉이라는 이름은 둥근달이 능선을 따라가며 계속 봉우리 주변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 달님이 쉬어가는 아름다운 밤경치를 보려면 음력으로 보름쯤에 이곳을 찾아야 한다.
원촌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길옆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석천계곡을 6㎞쯤 따라가면 신라 성덕왕 때 상원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 반야사가 있다.
규모가 작고 아담한 반야사는 삼층석탑(보물 1371호)과 수령 500년의 배롱나무 2그루가 잘 어울린다. 흘러내린 파쇄석이 사찰 옆 산기슭에 만든 호랑이 형상도 눈요깃거리다.
반야사에서 한적한 냇가 길을 200여m 가면 문수보살의 안내로 세조가 피부병을 고쳤다는 영천이다. 문수전은 영천의 깎아지른 절벽 망경대 꼭대기에 있어 색다른 볼거리다. 돌계단을 올라가면 절벽 아래로 보이는 산과 계곡의 풍광이 바쁜 일상을 잊게 한다.
왔던 길을 되짚어 4번 국도에서 영동읍 방향으로 달리면 도로변 우측에 '노근리사건 현장입니다'라고 써있는 안내판이 보인다. 노근리사건은 1950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남쪽으로 향하던 피난민들이 미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아 300여 명이 희생당한 대량 학살사건이다.
화살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양민들이 학살당한 노근리사건의 현장 쌍굴다리가 우뚝 서있다. 쌍굴다리는 역사의 현장이자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59호를 알리는 동판이 벽면에 붙어있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수많은 이야기와 한을 품은 쌍굴다리 위로 열차가 힘차게 달려가고, 오랜 세월 역사의 현장과 삶을 같이한 노근리의 풍경이 평화롭다.
[교통안내]
경부고속도로 황간IC - IC 삼거리 우회전(황간방향) - 마산삼거리 좌회전(용산,백화산방향) - 월유교 건너 좌회전 - 원촌교삼거리 직진 - 월류봉 입구 - 월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