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으로 돼 있는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9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학생들이 한 학기 또는 학년에 이수하는 과목수를 줄여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교과군을 축소하고 초등학교 수업시수를 확대해 1~2학년도 6교시까지 수업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교육과정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형 교육과정' 시안을 마련해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검토시안에 따르면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이 현행 10년에서 9년으로 1년 단축되는 대신 선택중심 교육과정이 2년에서 3년으로 1년 늘어난다. 여기에 현재 10개의 국민공통교육과정의 과목군을 7개로 줄여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밖에 고교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연합뉴스, 2009.5.31, 07:00).
기본적으로 이 시안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과목군을 줄이되, 유사한 과목끼리 통합하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시안은 수년전에 검토되었던 안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될 것이라는 소문이 많이 돌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7차교육과정 수정고시안을 만들때도 이와같은 안들이 검토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문제는 초등학교 수업시수의 확대에 있다. 초등학교 1-2학년도 6교시 수업을 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이 시기부터 학습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의 발달과정에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의 위기의식을 그대로 따라서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업시수와 학력과의 관계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수업시수를 확대하여 학력신장을 꾀한다는 것은 국민공통교육과정의 과목군을 줄이는 것에 어긋나는 것이다.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과목군은 줄지만, 실제로 학습해야 할 내용들은 모두 포함되었다는 것 역시 쉽게 결정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연간 이수해야 할 수업시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과목군을 줄인다고 해도 결국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경감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과학을 과학기술로 개편하여 과학에 기술을 포함시킨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학습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평가방법 개선에서 현재의 예,체능교과에서 실시하는 상ㆍ중ㆍ하 3단계로 평가처럼 기술ㆍ가정을 기술과 가정으로 각각 분리하되 실습 중심의 수업이 되도록 `합ㆍ불'(Pass/Fail) 또는 상ㆍ중ㆍ하로 평가하는 방안을 제시한것은 그나마 학습부담 경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과학에 기술을 통합시켜 과학기술로 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남아있다 하겠다.
결과적으로 새로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는 미래형교육과정 시안이다. 2012년 정도부터는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예정대로라면 그때는 이미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주5일 수업제의 실시로 인해 1일 수업시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초등학교 1-2학년에서 6교시를 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며, 과목군을 축소한다고 해도 해당교과의 담당교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심스럽다. 교육과정개편때 과감한 개편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교과별 이해관계때문이다. 이들 이해관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