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 살찌우기

2009.06.16 17:58:00


오늘 점심시간 우리 학교 도서실을 가 보았다. 점심식사 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도서실로 모여 든다. 때론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독서의 즐거움으로 이해된다. 점심시간에만 무려 80여명이나 모인다. 매우 좋은 현상이다.

몇 몇의 남학생은 만화책에 빠져 있다. 독서 초기에는 용서가 되리라. 본격적인 독서에 들어가기 전, 독서 맛들이기라고 생각하니 귀엽게 보인다. 담당 부장교사는 말한다. 만화의 내용은 유익하지만 거기에 푹 빠지면 아니되어 만화책 내어 놓는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교장에 따라 학교경영이 달라진다. 역점사항이 달라진다. 도서실을 보는 눈이 다르다. 재작년 9월 부임하고 보니 부끄러운 것 하나가 도서실. 바로 도서실의 텅빈 책꽂이. 신설교이긴 하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책장 길이를 재어보니 책꽂이의 84%가 텅 빈 것. 우와, 해도 너무 했다. 개교 2년차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것을 어떻게 할까?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교장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학교 자체 예산으로 도서 구입비를 확충하고, 학부모와 교직원으로부터 도서 기증도 받고...교장의 의욕과 열의에 운영위원들 몇 분이 자발적으로 몇 백만원 상당의 도서를 기증하고...수원시 예산 지원으로 해마다 300만원씩 구입하고...학교회계 결산 후 남은 돈은 도서 구입비로 돌리고...

지금 우리 학교 도서실, 어떻게 되었을까? 부임 당시 도서실 장서 1,490권에서 5,541권으로 늘었다. 무려 2.7배가 된 것. 투입된 예산은 모두 3,080만원 정도. 물론 자체예산, 기증 도서 금액, 수원시 지원금이 포함된 것이다.

이 정도로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개교 4년차 신설교치고는 학생들이 읽을만한 신간서적을 구입해 놓은 것이다. 도서실이 살찌면, 도서실 문턱이 없으면, 독서를 도와줄 사서가 기다리고 있으면 도서실을 찾는 손님이 많아진다. 책 속에 있는 길을 찾아 학생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독서를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간접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인생을 깊이 있게 바라보며 정신적 부를 누릴 수 있다. 책 속에 빠져 있는 순간은 행복하다. 젊은이들은 학창시절에 책벌레가 되어야 한다. 도서실에 몰려드는 학생을 보니 교장으로서 마음이 흐믓하다. 

담당교사들도 교장의 뜻을 알았는지 '여름방학 독서캠프' 계획에 응모, 당선되어 수원교육청으로부터 지원비 100만원을 받았다. 이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 1박 2일 독서 캠프에 들어가게 된다. 프로그램을 보니 다양하기도 하다.

이번 캠프를 통해 학생들은 독서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도서실을 쉽고 다양하게 활용할 뿐만 아니라 팀별 활동을 통해 협동심도 기르고 지역 명소인 나혜석 거리, 화성박물관, 경기평생교육학습관 취재도 나간다.

학교장의 중요한 일 하나. 바로 도서실 살찌우기라고 생각한다. 즉 신간도서를 다량으로 구입해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을 준비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도서실을 항시 드나들 수 있도록 도서실을 개방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을 도와 줄 사서를 배치하는 것.  이와 함께 도서실 유인 프로그램을 전개하면 사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다. 물론 교장도 같은 비명을 지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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