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왕이 주는 교훈

2009.06.20 08:32:00

맹자 권제일 3장에서 양혜왕과 맹자의 대화 가운데 양혜왕으로부터 얻는 교훈이 몇 가지 있다. 그 하나가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였다. 이웃나라의 정치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만큼 마음 쓰는 자가 없다’고 하신 것이다. 이러한 말을 하는 그 마음속에는 자기가 최고라고 하는 자랑이 깔려 있다. 교만이 깔려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정치가 최고다. 내가 가장 흉년이 들어 굶어죽는 백성들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 관심이 많다. 가장 좋은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하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다. 맹자께서 양혜왕의 마음을 읽고서 오히려 꾸중을 하신 것이다. “以五十步(이오십보)로 笑百步(소백보)면 則何如(즉하여)니잇고”라고 꾸짖었다. 싸우다 오십보 도망간 사람이 백보 도망간 사람을 비웃으면 어떠하겠는가? “直不百步耳(직불백보이)언정 : 다만 더 가고 덜 갔다는 차이일 뿐 是亦走也(시역주야)니이다 : 도망친 건 마찬가지이다”라고 하셨다.

맹자께서 이렇게 교만과 자만심이 가득찬 양혜왕에게 다른 왕들도 왕 못지않게 정치를 잘하고 있다. 너의 자만심을 버리라고 하신 것이다. 마음을 쓰는 것은 이웃나라의 왕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더욱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가르치는 우리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내가 제일 잘 가르친다. 내가 하는 교육이 최고다. 내가 어느 누구보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다고 하는 자만심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런 자만심이 마음속에 있으면 다른 분들의 하는 교육을 비웃게 되고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다른 선생님에 대해 이런 저런 비방의 말은 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교육의 방법은 너무 다양하다.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어떤 마음의 자세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인지 언제나 고심해야 할 것이다.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내가 가르치는 방법과 다르다고 해도 비웃으면 안 된다. 내가 학생들을 위한 마음씀씀이가 다르다 해도 그것도 비방해서는 안 된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는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야 할 것이다.

양혜왕에게서 한 가지 배울 점이 있다. 백성을 위해 모든 마음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盡心焉耳矣(진심언이의)로다”라고 하셨다. “모든 마음을 다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하신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위해 모든 마음을 다 기울이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과연 나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위해 내 마음을 다 기울이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러하지 못하다면 양혜왕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학생들을 위해 내 모든 마음을 다 기울였으면 한다.

또 한 가지 양혜왕에게서 배울 점은 최선을 다하고 나서 결과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하내(河內) 지방이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그곳 백성들을 하동(河東) 지방으로 옮기고 하동의 식량을 하내로 실어 보내고 해도 이웃 나라의 인구가 줄지도 않거니와 내 나라 백성은 늘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맹자께 여쭌 것이다.

우리도 이런 자세는 가져야 할 것 같다. 내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런 다음에 결과가 만족할 만큼 좋지 않으면 많은 분들에게, 특히 경륜이 있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지도를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는지 묻고 답을 얻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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