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에 푹 빠진 B교장

2009.06.23 11:45:00

지난 토요일 저녁, 친근한 동료와 함께 강화군에 소재한 전원주택에서 하룻밤을 잤다. 후배 B교장(51)네 집인데 사적인 정기 모임을 여기서 가진 것이다.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소주 석 잔에 그냥 골아 떨어진다. 밤에 못 본 전원주택 주변을 새벽에 기상하여 둘러 보았다. 주택은 자그마한 동산 우거진 숲을 등지고 있었고 주택 앞 텃밭은 농작물을, 옆에는 야생화와 화초를 가꾸고 있었다.

전원생활이 3년째 접어든다는 B교장. 텃밭에 무엇을 심었을까? 오이, 방울토마토, 고구마, 부추, 상추, 고추, 옥수수, 콩, 무우, 가지, 호박, 감자, 아욱, 수박, 참외 등이 보인다. 처음보는 것도 있어 물어보니 야콘이란다. 욕심도 많다. 아니다, 그만치 부지런한 것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필자는 이런 생활이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잠시 동안은 여기서 살 수 있지만 장기간은 살 수 없을 것 같다. 벌써 아파트의 편안함에 젖어버린 것이다. 자연은 좋아하지만 그런 자연을 즐기려면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후배교장에게 전원생활의 좋은 점을 물었다. 그는 생각나는대로 말한다. 소일거리가 있어 좋지만 풀을 뽑는 등 신경써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잡초 뽑는 것이 일과란다. 그가 얼마나 전원생활에 만족하는지... 일화 하나를 들려 준다. 밤에도 농작물이 궁금하여 후래쉬를 들고 다니며 얼마큼 컸나를 살펴보았다 한다.

신선한 야채 먹을 수 있고, 농작물 가꾸는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고...이것도 하나의 '경영'이라고 말한다. 손수 만든 황토방에 심심할 때면 장작으로 불 때고. 생활하는데 에너지 절약도 되고...일년간 들어가는 연료비가 60만원이라고 알려 준다. 공기 맑고, 새소리는 항시 듣고.

눈 떠서 창밖을 내대보면 날마다 풍경이 달라지고. 전원생활이 궁금한 사람들을 방문객으로 맞이하면서 그들의 궁금증 풀어주고. 학교 부서별 회식도 여기서 갖고...여하튼 바쁘다고 한다.

불편한 점은 없을까? 첫째가 교통이다. 술 한 잔 하게 되면 사모님의 교통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는 분들의 도시 애경사에 참석하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고 한다. 서둘러 나가야 하고 귀가하는데 교통이 정체되고. 또 페인트칠 등 집관리도 틈틈이 해야 하고.

그는 전원주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향집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웃들이 좋은 분들이어서 울타리, 대문도 없고 이웃에서 집을 지켜주는데 도둑 맞은 일이 없다고 한다. 도둑이 들어와야 가져갈 것도 없고. 식물의 생태를 지켜보는 것이 즐거움인데 식물마다 모두 다르다고 일러준다. 호박, 오이, 수박의 순치기가 다 다르다고.

이 집에는 새끼 고양이와 작은 개 한마리가 있다. 이 곳 인심을 소개하는데 이웃집에서 개가 새끼를 낳으면 희망하는 이웃에 무료로 나누어 준다고 한다. 변견이 아니라 이름 있는 개인데도 이웃에게 그냥 베푼다.

그는 신이나서 말한다. 어느 날 집에 왔더니 집안에 쥐가 있더란다. 어찌 되었나 살펴보았더니 이웃집 고양이가 쥐를 잡아서 장난을 노는데...공중에 띄어올렸다가 앞발로 받쳐잡고 입으로 물어 집안으로 옮겨 사람에게 자랑을 하고.

그는 말한다. 도시 아파트에 살 때 아침 담배를 피우면 속이 메쓰꺼워 구역질이 났는데 이 곳에서는 괜찮다고. 그는 3년만에 전원생활 예찬론자로 바뀌었다. 전원생활에 푹 빠진 것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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