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에 CBS노컷뉴스에 “일진회, 폭력 판치는 학교, 청소년 범죄 심화”라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이 뉴스에 의하면 금품갈취, 집단괴롭힘, 욕설과 감금, 성폭력 등 학교폭력으로 처벌 받은 학생이 2년 새에 135%가 증가하는 등 청소년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학교폭력 발생시 취해야 할 행동 등을 안내함으로써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당국에서는 학교폭력예방에관한법률 및 동법 시행령을 마련하였고, 이에 따른 각종 지원시스템을 마련하였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일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정의 교육적 기능 상실과 학교교육이 갖는 제한성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 생활지도의 출발점은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나의 이런 생각에 학교의 교육적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가정은 모든 교육의 출발점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옳고 그름,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명확하게 가르쳐야 함에도 자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관대하게 넘긴 부모의 안이함에 문제가 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자녀의 일탈에 대해 잘못을 따져 지도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자녀의 갖게 되는 상처나 아픔에만 더 관심을 가진다. 심지어는 선생님이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 잘못을 어떻게 지도하겠다고 말하기 전에 자기 자식 기죽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학교에는 문제학생에 대한 제재방안이 실질적으로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 초·중학교에는 퇴학이나 전학, 정학 등 강력한 제재방안이 없다.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아이들을 관대하게 안고야 한다. 물론 잘못된 행위를 퇴학, 전학, 정학 등의 방법으로 격리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많은 관심과 배려로 그들을 바람직한 인간으로 길러내야 하는 것이 선생님과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적절한 제재방안이 없음으로 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이런 점을 악용하여 비행과 일탈을 저지르고 있으며, 아무런 가책이나 반성이 없이 문제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학교폭력은 현행의 법률이나 시스템만으로는 극복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다. 아무리 교육당국의 취지가 그럴 듯해도 이를 수용하는 학부모나 학생의 인식이 바르지 못하면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교육적 환경과 관련하여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은 가정의 교육적 기능 회복과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부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해마다 학년 초가 되면 각급 학교에서는 학부모 대상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학부모 교육은 참여율이 낮고 또한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모든 학부모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모두 모아 몇 시간의 교육을 받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녀가 잘못되면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위축되는 물론이고 크게 보아 사회와 국가가 혼란스러워진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모든 학생의 학부모가 의무적으로 학부모 교육을 받게 하여 문제 발생으로 야기되는 교육적 손실은 물론이고 처리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학부모 교육보다 훨씬 강화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학부모교육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싶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방관할 수 없는 것이 자녀의 교육이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폭력 발생시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학교폭력 발생시에는 학부모 중심으로 해결하도록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예방교육 및 사후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은 모두 학부모가 지게 하는 방안으로 학부모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학교폭력 해결과정에서 보인 학부모들의 인식은 너무나 안이하다. 초·중 학생의 경우, 대부분 촉법소년이기에 어떤 범죄행위라도 관대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기로 일관한다.
또한 학교에서의 처벌도 봉사활동 이상의 특별한 것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러면 피해자는 학교나 교육청을 탓하면서 언론이나 상급기관에 호소하여 사건을 계속적으로 확대시키는 일이 빈번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해당학교의 교육활동이 현저하게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선생님들은 교육활동에 대한 회의와 자책감으로 자신감을 잃고 만다. 언제까지 학교를 소모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할 것인가. 잘못은 잘못대로 따지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게 해야 한다. 사안 발생시 중학생까지는 학부모를 이해 당사자로 하여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쪽으로 제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생활지도’가 ‘인성· 인권교육’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현장의 교사들은 또 한번 무력감에 빠졌다고 한다. ‘생활지도’ 없는 ‘인권 강조’가 정말 바람직한 교육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생활지도는 어디까지나 생활지도이어야 하는데, 인성 인권교육의 그늘 아래에서 관연 제대로 된 생활지도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폭력은 물론이고 학생 비행에 대하여 학교나 교사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하여 선생님이나 학교의 책임을 회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선생님은 철저한 도덕적 책무감으로 더욱 예방 및 선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는 자녀교육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자가 되어 자기 자녀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과 교육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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