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 교사 '퇴출'?

2009.08.01 16:53:00

교직의 꽃은 가르치는 일에 있다. 잘 가르치는 교사를 우대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본분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찍이 승진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교사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교사가 할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60이 다 되어가도 그저 아이들 가르치고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는 교사들이 많다. 가르치는 일에서 교직의 보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원평가제도입과 관련하여 잘못 가르치는 0.1%를 골라낸후 집중연수를 한 후에도 계속해서 최하위를 기록하면 삼진아웃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교사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물론 계속해서 최하위를 기록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하겠다. 그렇지만 이는 교직사회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동료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평가를 통해 선별한다고 하는데, 그 방법이 옳은 방법인가의 문제는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설문조사의 특성상 오류가 많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상위 0.1%를 우대한다고는 했지만, 누가 우대받는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단지 누가 하위 0.1%에 들어갈 것인가가 당연히 관심사가 될 것이다. 교원평가제를 도입도 하기전에 도입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먼저 들고나온 것은 앞으로는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교단에서 퇴출 시킬 것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꼭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5년 정도는 시범운영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선진국의 예를 들자면 영국의 경우도 10년간을 퇴출없이 교원평가를 해 온 후에 승진과 연계시키는 방안을 찾았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의 교육시스템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칼로 무베어내듯이 단칼에 결정해 놓고 시행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깊이 따져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학생들에게 맞춤식 수업을 실시해야만이 교원평가제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생활지도의 경우 가정과의 연계교육을 어떻게 했느냐가 교원평가에서 기준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중등교사들의 경우 담임을 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담임을 하고 있다면야 어쩔 수 없이, 가정과의 연계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담임을 하지 않는 경우는 특별히 가정과 연계지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평가기준은 똑같이 적용된다면 비담임교사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결국은 정말로 문제가 있는 교사들이 0.1%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른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수업을 열심히 잘하고, 업무처리도 깔끔하게 잘한다고 해도 결국은 학생생활지도부분에서 가정과의 연계지도 실적이 없기 때문에 최하위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 무조건 최하위를 골라서 집중연수를 하고 삼진아웃까지 검토한다는 것은 객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따라서 교원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이 10여년 정도였다고 본다면 시행후에도 제자리를 찾는데 10여년이 필요하다고 본다. 늦게 시작한 만큼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을 살려 독특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를 그대로 따라하거나 객관성없는 평가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교육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 가르치는 것이 교단의 꽃인만큼 잘 가르치도록 충분한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교사들을 옥죄기 위한 평가제도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는 정책을 추진하는 쪽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깊이 생각하고 검토한후 구체적 시행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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