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취임 3개월' 인터뷰

2009.08.06 11:48:00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취임 후 16개 시도교육감 중 언론에 제일 많이 오르내렸다. 때론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하였지만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그의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경기도민의 글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 

8월 6일, 김 교육감 취임 세 달을 맞아 언론에 집중 조명된 당면 경기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그를 만나보았다. 김 교육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 취임 석 달 교육감으로서 지금까지 본인의 경기교육 성적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또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석 달간 25개 지역교육청을 다녔고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들으면서 교육현장의 빛과 그늘을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공교육 개혁에 대한 열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소통의 절차나 과정에 대해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과 양질의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3대 핵심 공약이 예산 삭감의 우여 곡절을 겪으면서도 그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추진되고 있으며, 20대의 세부 추진 과제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비록 의도한 바대로 추진하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추진과정에서 많은 도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은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평준화 확대, 학원 심야 교습, 학생 인권 조례, 교원 잡무 경감, 교복 공동 구매 등의 정책들도 근본적인 개선책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듯, 이러한 일련의 정책 추진 과정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학교개혁의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 내고, 미래지향적인 경기교육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교육감 공약으로 내세운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도교육위원회와 도의회에서 삭감되었다. 내년도 본예산에 넣어 추진한다는데 험로가 예상된다. 무상급식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무상급식은 선진 교육복지 구현이라는 미래지향적인 경기교육의 비전을 갖고 경기도민과 약속한 것이기에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본예산에 반영하여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선은 경기도의회에서 의결된 사항에 따라 저소득층 급식비지원을 차상위계층 120%에서 13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 다음으로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의무교육대상인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도서벽지, 면지역, 읍지역, 도시지역 학년별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진보 성향의 교육감으로서 정부의 교육시책과 크게 어긋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를 비롯해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처리 문제 등이 중앙정부의 시각과 맞지 않는다. 이렇게 갈 경우, 경기도교육청만 외톨이가 되고 정부의 예산지원 등에 있어 불이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의 관계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이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교과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과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교과부의 정책을 경기도교육청에서 보다 일찍 구현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내용들은 큰 의미나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중에서 경기도교육청의 역할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므로 예산 문제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배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기에 크게 우려하지는 않습니다. 

▲ 조만간 발표될 일반직과 전문직(관리직) 인사가 교육 가족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언론에서는 주요보직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측하고 있는데 인사의 기본원칙과 방향은 무엇인가?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조직과 인력 관리 부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흔히 대규모 물갈이나 살생부 등의 표현이 나올 때마다 옳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특히 교육청 조직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직무가 수행되기 때문에 조직 전체를 흔든다든가 물갈이 등과 같은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있을 후반기 인사에서는 업무 수행 능력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최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원칙을 지킬 것입니다. 정년퇴직 등으로 발생하는 자리나 로테이션이 필요한 자리를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배치 전환하는 방향으로 인사가 추진될 것입니다.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기교육의 향방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크다. 내년도 예산은 최소 6천억에서 1조원까지의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자연히 교육청 사업도 축소 재조정될 것으로 보는데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서는 제로베이스 방식을 도입, 기존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중복되거나 전시적인 사업, 관행적이고 일상적인 사업 예산을 감축하거나 조정할 계획입니다. 또 예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 편성에서부터 공청회나 시민위원회 등을 구성해 주민의 욕구를 예산에 반영시키는 주민 참여 제도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예산의 우선순위를 수요자인 학생․학부모․학교에 두고 공교육 활성화와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도를 확실히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할 것입니다. 항간에서는 세수 감소에 따른 경기교육의 위축을 우려하지만, 긴축재정 및 예산 절감을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나간다면 보다 알찬 교육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 교육감을 1년 2개월 교육감이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내년 6월 교육감 출마를 당연 시 여기고 있다. 나아가 당선 가능성을 내다보기도 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교육감 직을 수행하면서 교육정책을 펼치기도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차기 교육감 선거 출마 여부를 운운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선거 기간 내내 '학교 갈 때는 즐겁게, 집에 올 때는 신나게' 라는 구호에 어울리는 경기교육의 미래상을 그리며 살았습니다. 경기도민께서 제게 교육감 직을 맡긴 것은 교육감 선거 여부를 떠나 공교육을 정상화해 경기교육의 울타리 안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교육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교육을 실현해 달라는 뜻일 것입니다. 저는 도민의 이러한 여망을 받드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경기교육 수장으로서 교직원, 학생, 학부모를 비롯한 경기교육 가족과 경기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경기도는 대한민국 교육의 모든 특성을 다 갖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이 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창의적인 민주시민으로 길러낼 것인가, 지역간 계층간의 교육 편차를 해소해 차별없는 교육을 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참여를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절차를 밟아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 현장의 자발성이 살아나야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교직원들이 살아있는 학교 현장을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는 창의적이고 민주적이며 자발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담보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기도민 모두가 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곳이고,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라는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 에리카 아호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교직원과 학생, 경기도민이 한마음으로 참다운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면서 아낌없이 참여하고 소통한다면 우리 경기교육은 미래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경기교육의 희망과 변화에 작은 보탬이 되겠습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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