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를 나타내는 명사와 수 단위 띄어쓰기

2009.09.15 13:56:00

‘한글 맞춤법’ 규정 제5장 제43항은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쓴다.’는 규정이다.

한 개, 차 한 대, 금 서 돈, 소 한 마리, 옷 한 벌, 열 살, 조기 한 손, 연필 한 자루, 집 한 채, 신 두 켤레, 북어 한 쾌 등

위는 관형어와 의존 명사의 관계로 이루어져있다. 관형어는 체언 앞에 놓여서 체언의 내용을 자세히 꾸며 주며 조사가 붙을 수도 없고 활용도 하지 않는다. 이 중에 ‘한, 서, 열, 두’ 등은 명사의 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수관형사라고 한다.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니 이는 당연히 띄어 쓴다.
그런데 여기서도 주의할 것이 있다. 다음의 예를 보자.

(1) ㄱ. 제일 편(제일편), 제삼 장(제삼장), 제칠 항(제칠항)
ㄴ. (제)이십칠 대(이십칠대), (제)오십팔 회(오십팔회)
(제)육십칠 번(육십칠번), (제)구십삼 차(구십삼차)
(2) 3 년(3년), 42 마일(42마일), 90 원(90원), 10 개(10개)
(3) 1 개월(1개월), 1 시간(1시간), 1 일간(1일간), 1 개년(1개년)
1 분간(1분간), 1 년간(1년간), 1 초간(1초간), 1 주간(1주간)
(4) ㄱ. 3 개년(3개년), 6 개월(6개월), 20 일간(20일간)
ㄴ. 삼 (개)년, 육 (개)월, 이십 일(간)




(1)ㄱ은 수관형사 뒤에 의존 명사가 붙어서 차례를 나타내는 경우이다. ㄴ의 ‘제-’가 생략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차례를 나타내는 말일 때에는 붙여 쓸 수 있다. 이는 모두 그 말을 한 단위로 하여 윗말에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씀도 허용하는 예이다. (2)는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가 숫자 뒤에 붙는 경우다. (3)은 숫자 다음에 ‘개년, 개월, 년간, 시간, 분간, 주간, 초간, 일간’이 왔을 때이다. 이는 모두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의미에 혼란이 오지 않기 때문에 붙여 쓰는 것을 허용했다. (4)ㄱ도 마찬가지다. 숫자와 수효를 나타내는 단위가 왔기 때문에 양쪽 모두 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4)ㄴ은 숫자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한글로 표기했을 때는 붙여 쓰지 않는다.

제44항은 수를 적을 적에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는 규정이다.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
12억 3456만 7898

수를 적을 때는 십진법(十進法)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십진법은 단어별로 띄어 쓰는 문법 의식은 있지만, 너무 잘게 표기해 의미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한때 금액을 표기할 때 천 단위에서 쉼표를 치는 것처럼 세 자리로 띄어 쓰자나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도 ‘십 이억삼천사백 오십육만칠천 육백구십팔(1,234,567,689)’처럼 쓰면, ‘십’과 ‘이억’, ‘사백’과 ‘오십육만’이 떨어지면서 이상하게 변한다. 따라서 현행대로 만(萬)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이다. 이렇게 쓰는 것이 금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여기에서도 단위 명사 ‘원’이 붙을 때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띄어 쓰고 숫자와 어울려 적을 때는 붙여 쓰면 자연스럽다. 참고로 영수증이나 기타 계약서 등에 금액을 적을 때 모두 붙여 쓰는 것을 본다. 이는 변조 등의 사고를 방지하려는 뜻이다.

흔히 띄어쓰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띄어쓰기가 문법과 관련된 것이니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한글 맞춤법 규정이 원인이기도 한다. 제5장에 띄어쓰기가 모두 10개 있는데 이 가운데 반이 넘는 6개항이 ‘원칙과 허용’(제46, 47, 49, 50항)을 두고, ‘다만’이라는 허용 규정을 따로 둔 것이 제43, 48항이다. 그러다보니 일반인은 헷갈릴 수가 있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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