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꼭 들어가야 하는 것

2009.09.27 07:10:00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윗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예의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잘 보아달라'는 뇌물(?) 성격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기관장이 소속 직원에게 하는 것은 크게 장려할 만한 일이다. 특히 학교에서 어렵고 힘들고 궂은 일을 담당한 비정규직원을 배려하는 것, 바람직한 일이다.

학교에서 이들이 없다면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학교에서 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회계직인 행정보조원, 교무보조원, 영양사, 조리원, 조리사 등이 있고 외부에서 온 청소와 당직 용역을 맡고 있는 분이 있다. 명절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좋은 기회다.


학교장은 연 1~2회 이들에게 선물한다. 주로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이다. 올해는 무슨 선물을 할까? 대형마트에서의 상품홍보 광고전단이 홍수를 이룬다. 가격이 적당하고 생활에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품을 눈여겨 본다.

아무래도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 입장이 우선이다. 1안 잡곡세트, 2안 식용유, 3안 샴푸류. 작년에 이어 다수가 1안을 선택한다. 잡곡류가 추석을 맞이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증명되었다.

어떻게 드릴까? 여기에 정성이 담겨야 한다. 농협에서 사 온 것을 그냥 드리는 것, 이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두 개  문구를 만들었다. "○○○님,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즐겁고 사랑 가득한 축석 만드세요!" "○○○님, 가족과 함께 하는 화목한 추석  만드세요. 사랑, 건강, 행복이 가득하시길…."

여기에서 주의할 것 하나. 프린트로 좍 출력하면 아니된다. 최소한 받는 사람 이름 만큼은 자필로 직접 써야 한다. 그래야 정성이 보태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분들은 이런 기회에 교장의 필체도 한 번 보는 것이다.

문득 신문에서 읽은 모 기업 CEO 글이 생각난다. 그는 연하장 등 단체로 편지를 보낼 때 최소한의 예의로 수 백 장에 달하는 편지에 자필 서명을 넣는다고 한다. 그게 보내는 사람의 '예의' 라는 것이다. 그는 인쇄된 편지를 받았을 때, 보내는 분 이름을 자필로 보낸 것만 답장을 보낸다고 한다.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선물의 가치를 가격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선물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정성이 아닐까? 컴퓨터 글씨도 좋지만 자필 글씨에 더 마음이 간다. 적어도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이름만큼은 직접 썼으면 한다.

우리 학교 급식실 직원, 한 분이 선물을 전달 받으면서 말씀하신다.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십시오." 그 짧은 순간, 눈가에 이슬이 머무는 것을 보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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