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은 지저귀는 새소리와 같다

2009.10.31 08:18:00

요즘 신종플루로 인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신종플루에 감염될까봐 걱정이고 감염된 자녀로 인해 부모들도 감염될까봐 걱정이다. 어서 속히 백신을 맞아 예방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예방접종을 앞둔 괴담이 나돈다고 하니 정말 마음이 편치 않다. 어려울 때 왜 나쁜 말, 무서운 말을 퍼뜨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이다. ‘신종플루 백신을 맞으면 죽는다’는 말을 왜 책임 없이 퍼뜨리는지 모르겠다.

신종플루 백신을 맞아 예방해야 하는데 무슨 저의로 신종플루 백신에 대한 혼란을 가져오도록 하는지. 이래서는 안 된다. 신종플루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신종플루 감염자가 더 많이 생길 텐데. 온 국민이 신종플루백신을 맞아 신종플루에 감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다. 정말 안타깝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나쁜 말은 사람을 죽인다. 마음에 상처를 준다. 마음에 자국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다. 시멘트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면 지울 수 없듯이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진 자국도 평생 지울 수 없다. 그게 쌓이고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이는 모두 군자이다. 실력도 있고 성품도 좋은 군자이다. 그러니 배우는 이들은 더러운 말로써 사람은 죽이려고 하지 말고 좋은 말로써 사람을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배우는 이는 군자답게 말을 조심하고 좋은 말을 마음속에서 생산해야지 더러운 말, 나쁜 말을 생산해서는 안 된다.

채근담(菜根譚) 60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春至時和(춘지시화)하면 花尙鋪一段好色(화상포일단호색)하고 鳥且囀幾句好音(조차전기구호음)하니 士君子(사군자)가 幸列頭角(행렬두각)하고 復遇溫飽(부우온포)하여 不思立好言行好事(불사립호언행호사)하면 雖是在世百年(수시재세백년)이라도 恰似未生一日(흡사미생일일)이라”

이 말은 ‘봄이 와서 시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도 또한 몇 마디 고운 소리를 지저귄다. 선비가 다행히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 년을 살지라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으리라.’는 뜻이다.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은 화창한 봄에 아름답게 피는 꽃과 같은 것이다. 좋은 말을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봄날에 지저귀는 새들의 고운 소리와 같은 것이다. 아름답게 핀 꽃은 사람을 얼마나 맑고 밝게 만드는가? 아름다운 봄날 지저귀는 새소리는 사람을 얼마나 흥겹게 만드는가? 이와 같이 배우는 이들도 배움에 임에 실력이 깊어지고 인격이 더욱 닦여지면 좋은 말을 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름다운 말, 부드러운 말, 상냥한 말을 하는 것이 봄날의 아름다운 꽃과 같고 화창한 봄날의 지저귀는 새소리와 같다. 입호언(立好言)! ‘좋은 말을 함’이 군자가 되는 길이다. 채근담에는 雖是在世百年(수시재세백년)이라도 恰似未生一日(흡사미생일일)이라. 좋은 말 하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백년을 살더라도 하루도 사는 것이 아님과 같다고 하였다.

나쁜 말 생각하기는 쉽다. 그렇지만 나쁜 말 생각하지 말고 좋은 말 생각해야 한다. 좋은 말 하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하루도 산 것 같지 않다고 한 말을 잘 되새기면서 나쁜 말 입에서 하지 말고 좋은 말 하도록 해 봄은 어떨까?
거친 말, 독한 말, 무거운 말들은 이제 만들어내지 말고 아름답고 윤기나는, 싱싱한 맛을 내는 아름다운 말, 좋은 말들을 많이 만들어내어 군자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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