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자치구청이 자신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학교장의 출석하는 횟수나 참여 학생 수에 비례하여 학교에 도서구입비를 차등 지급했다고 하는 기사가 나왔다. 관련 내용을 언론(디트뉴스, 연합뉴스, 대전시티저널 등) 기사에서 추려보면, 구 의회 의원이 행정사무 감사 때 밝힌 내용으로 "구 행정 동참 동기 부여를 위해 인센티브(행사 1회 참여 때 10만원, 2회 참여 때 20만원) 부여 및 차등 지원 기준을 마련해 초중고교 교장들을 상대로 일명 줄 세우기를 한 의혹이 있다"고 한다. 특히 구청이 주관하는 각종 축제, 연두순방 참여 등에 참석한 교장들을 상대로 출석을 점검하여 도서구입비를 주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자치구의 행정을 알리고 시민의 참여도를 제고하려는 것은 구청장으로서 가질 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위해서 돈 몇 푼으로 교육자들을 대동하여 다니는 모습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
물론 그 자리에 참석한 교장들이 돈 20만원을 받으려고 참석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교육재정이 어렵다 하더라도 학생에게 책 사줄 20만원이 없는 학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의도로 구정에 협력하고 학부모를 만나는 일로 나갔다고 하더라도 다소 불순(?)한 목적으로 부른 그곳에 간 것이 교육자적인 자존심마저 손상케 한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그러한 목적으로 지급한 돈에 대해 분명히 거부를 했어야 했고 항의를 하여 중단시켰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한 것은 이런 일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보아 구청에서 이러한 일을 계속 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건은 구의회 의원이 밝힌 대로 구청 어느 한 부서가 단독 기안했다기 보다는 고위층에서 결정하여 시행한 것으로 보여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거기다가 이러한 행태가 전년도에만 시행한 것이 아니라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시행된 의혹이 불거졌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대전 다섯 개 구청 중에서 한 개 구청만 그랬다는 것이라고 할까.
지방자치제도로 인하여 그 지역 실정에 맞게 행정과 교육을 하고 구청과 학교가 서로 도와가며 시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 시대의 사명이다. 그러기 위해 학교장이 지역사회 행사에 참여하고 시민들을 만나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순수한 뜻을 가진 교육자를 돈 몇 푼으로 학교를 줄 세우는 현실은 분명 옳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교육이 붕괴되었다고 하여도 최소한 교육자적 양심과 자존심만은 아직까지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자위하고 있는데 이것은 나만의 소박한 바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