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보일'이 던진 희망의 메시지

2009.12.07 20:37:00

가수로서 47세라면 환갑을 넘긴 나이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10대 아이돌 스타들이 판치는 가요계의 현실에 비춰볼 때, 50에 가까운 나이에 신인 가수로 데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많은 나이와 보잘것 없는 외모 그리고 가난한 집안 살림 등 그야말로 악조건만 골고루 갖추고 있던 신인가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세계 팝음악계를 호령하고 있다.

꿈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잔 보일」은 스코틀랜드 시골 마을 출신인 47세의 중년 여성으로, 우리 나이로 치면 49세에 달한다. 그녀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주변의 편견으로 자신의 꿈을 펼쳐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정리되지 않은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몸매는 전형적인 아줌마로, 누가봐도 화려한 가수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수잔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신인 발굴과 예능을 합친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라는 영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방송 당시 부스스한 차림으로 등장한 수잔의 외모에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방청객들마저 코웃음을 쳤다. 더군다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을 부른다고 하자 그들은 노골적으로 비웃기까지 했다.

무시당하뎐 수잔이 조용히 노래를 시작하자 방청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외모와는 달리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방청객들과 심사위원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수 뺨치는 실력은 편견으로 가득찬 분위기를 순식간에 무너뜨렸고 사람들은 매혹적인 목소리에 그저 감탄사만 연발할 따름이었다.

이 장면은 글로벌 동영상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알려졌고 ‘수잔’은 하루 아침에 ‘글로벌 스타’로 등극했다. 수잔의 신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국 앨범 차트를 정복한 데 이어 글로벌 음악 차트인 미국의 빌보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수잔의 음반은 첫 주에만 70만 1,000장이 팔렸고 전세계적으로 200만장이 넘게 팔리는 등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떠올랐다.

인생 역전에 성공한 「수잔 보일」의 사례를 접하며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인재상은 과연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로지 겉으로 드러난 간판만으로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현실이 정작 귀중한 인재를 사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청소년들의 미래를 정형화된 수치만으로 결정하는 현재의 입시제도만큼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선지 최근 교육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잔 보일」의 재능이 발견되기까지는 겉으로 나타난 수치가 아니었다. 방청객과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무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청소년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들이 입학사정관 앞에서 자신의 끼와 열정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고 또 그것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유용한 방법으로 활용될 때 우리 사회는 보석처럼 빛나는 인재들로 가득찰 것이다.

47세의 늦깍이 신인 가수 「수잔 보일」. 그녀를 보면서 인간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잔 보일의 사례를 그저 가십거리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유능한 인재를 찾아낼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수잔의 재능을 찾아낸 '브리튼스 갓 탤런트'처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입학사정관제가 청소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무대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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