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아닌 강제, 학교는 괴롭다

2009.12.16 14:28:00

1주일 후면 중학교 1,2학년들이 학력평가를 실시한다. 역시 전국의 중학교가 대상이다. 그러니 전국연합학력평가가 되는 셈이다. 12월23일이면 방학을 앞둔 시점이다. 기말고사까지 마쳤으니 올해의 마지막 시험이 되는 것이다. 10월의 중3평가와는 다소 다른점이 있다. 중앙교육평가원에서 시행하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이 문제를 출제한다고 한다. 지난 10월에 실시된 평가는 학업성취도평가였고, 이번의 시험은 학력평가이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차이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주관이 다르고 의미도 다소 다른듯 싶다. 그래도 일선학교 교장이나 교육청에서는 시험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한다. 그러나 다소 관심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시험지도 택배로 받게 되어있다. 10월에는 직접 교육청에 가서 시험지를 인수했었다. 10월 시험은 수능시험관리와 똑같은 방식 이었지만 이번의 시험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택배로 받고 답안지도 택배로 보낸다. 여러가지로 차이가 있는 듯 싶다. 과목은 똑같이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이지만 이번에는 하루만에 모든 과목의 시험을 끝낸다는 것도 매우 큰 차이이다.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는 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학교자율이라고 한다. 학교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서울은 그런 이야기가 없다. 무조건 봐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시험이야 매번 보는 것이지만 일선학교에서의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시험감독에 있다. 일선 중학교도 성적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복수감독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복수감독제에 학부모를 동원하고 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은 반 강제로 학부모를 동원하고 있다.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시차제 시험을 권장하기도 하지만 문제점이 많아서 시행하는 학교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결국은 가장 간단한 방법인 학부모 감독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학부모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가 어디 철인인가. 기말고사때 학부모 감독에 참여하고 겨우 열흘정도 지난후에 또다시 감독을 해야 한다. 요즈음 학부모들은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감독에 참여한다. 겉으로야 자발적 참여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도 많다. 이번에는 하루종일 시험감독을 해야 하는 것도 학부모들의 어려움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학부모 감독없이 시험을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청에서 담당자 회의를 하면서 학부모 감독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결국 학교에 돌아와서 또다시 학부모들에게 연락을 하여 감독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대답은 흔쾌히 하는 듯 싶었지만 여러 학부모들을 모으는 것이 쉬운일은 아닌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부모 감독을 학교에 일임해서 하도록 하면 안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교육청이나 교장의 마음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쉬운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결국 학교에서는 강제아닌 강제가 필요하다. 자발적이라고 하는 학부모감독을 억지로 모셔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학교의 학부모들이 똑같은 생각을 가질리 없지만 최소한 불편한 심기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매년 실시되는 시험이 일곱차례나 된다. 정기고사 4번에 진단평가, 학업성취도평가, 학력평가 등 3번을 더하면 모두 일곱번이 되는 것이다.

정말로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하고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면 수능시험과 같은 체제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평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부정의 소지를 미리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성적을 조작하는 경우에는 처벌강도를 높이면 복수감독이 아니어도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필자의 짧은 소견이다. 그만큼 학교에서 시험을 실시할 때마다 학부모 감독을 모시는 일이 어렵다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강제아닌 강제로 오늘도 학교는 괴롭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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