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본다는 말처럼 어려운 말은 없으리라. 특히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내가 돌아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강한 것처럼 보여도 매우 연약한 존재인지라 자신의 약점을 속이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
곧 내 눈으로는 참된 나를 보기 어렵다. 물론 거울이라는 사물이 있어서 외양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확히 보려면 남의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바둑의 복기(復棋)다. 필자가 비록 바둑은 두지 못한다 해도 가끔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대국이 끝난 다음에 해설가들의 설명과 함께 복기하는 것을 보기는 했다. 이 복기가 바로 남의 눈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며, 당시 내가 했던 것을 다시 반추해 보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9년 한 해도 이제 열흘 남짓이다. 과연 올해는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계획했었던 일은 잘 이루었는지 등을 돌아보는 때가 아닌가 한다. 초등학교 때는 곧잘 썼던 일기를 머리카락이 굵어졌다는 이유로 쓰지 않았는데 그래도 나를 한번 뒤돌아보는 것은 한교닷컴에 올린 e-리포터가 아닌가 한다. 자주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번 꼴은 기고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목과 내용을 읽다보면 올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러볼 수 있다.
즉, 복기의 일종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쓴 글이긴 하지만 다시 읽어 보면서 조금 말을 더 다듬었더라면, 저런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했었더라면, 이런 입장도 고려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글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도 다 내 깜냥인걸. 내가 남긴 아쉬움 남는 글일지라도 다른 사람 눈에 비친다면 새롭게 읽힐 수도 있겠고, 그들에게 다른 모습의 거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게 한다. 미국 철학자이자 시인인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가 한 말이다. 다가오는 2010년은 2009년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