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가 정치적 흥정 대상인가

2010.01.04 14:45:00


기축년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 난데없이 날아든 소식에 황당할 뿐이다. 헌법 31조 4항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 자치를 이루는 근간임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지방교육자치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 법률안 내용에 의하면 교육의원 및 교육감 선거 입후보자는 일정한 교육행정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삭제하고, 교육감 후보 자격을 후보 등록 개시일로부터 과거 2년 동안 정당 당원이 아닌 자에서 6개월 동안 정당 당원이 아닌 자로 수정했다. 또한 교육의원 선거를 주민 직선이 아닌 정당비례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이렇게 법률안을 개정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학생인가 아니면 학부모인가. 그렇다면 교육인가. 그것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다만 교육에 대한 정치권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교육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이나 계층을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역이 처한 환경적 물리적 영향을 받으면서 교육 격차와 교육 소외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 소외 지역의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하여 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몰림으로써 농어촌의 생산 인구가 급감하였고, 급기야는 공동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의 교육 지배를 불러올 수 있는 법률안 개정이 과연 합목적이고 정당한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교육까지 정치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정 정당에 의한 지역 분할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 교육과 민주당 교육, 또는 선진당 교육으로 으로 나뉠 개연성이 크지 않은가.

일부에서는 공무담임권에 대한 제한이라며 개정 법률안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시쳇말로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은 아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국민의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들어 지방단위 경찰청장이나 검찰청장을 선거로 뽑자고 하면 뭐라고 할 것인가? 최근 조직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원칙과 본질 추구에 맞는 노력이 전개될 때 상승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지, 원칙과 본질이 망각된 채 무분별하게 진행된다면 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은 교육에 대한 일정한 학식과 경험,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에 기초한 교육감을 뽑고,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한 교육위원을 뽑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미 우리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를 통해서 정치적 폐단을 충분히 학습하고 있지 않은가. 농어촌 지역의 어려운 학생에 대한 급식비 지원은 복지적 측면에서나, 교육관점에서나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이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바람에 무조건 삭감이나 폐지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여당이나 야당에서 차별하거나 지원을 달리한다면 그로 인한 손실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그야말로 학생과 학부모가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교육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교육본질이나 국민의 기본권적 권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또한 교원들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놓고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정치적으로 뽑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우리 교육현장이 정치판으로 뒤바뀔 것이다. 여당 지원의 교육감 후보, 야당 지원의 교육감, 여당의 교육의원, 야당의 교육의원이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명백한 일 아닌가. 모두 한결같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일을 할 것이다. 교육은 이미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정파의 이익에 따라 교육도 춤을 추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교육을 정치적으로 보지 않고 국가발전의 백년대계로 이해하여야 한다. 더더욱 교육이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교육은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면서 국민의 복지와 보편성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이지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주었으면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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