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학생을 근본으로 삼아야

2010.01.10 14:04:00

'맹자 권2 양혜왕하(梁惠王下) 1'을 읽었다. 이 글에는 맹자와 선왕이 대화하는 내용이 나온다. 음악에 대한 대화이다. 선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음악에 대한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맹자께서는 선왕이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면 왕노릇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제나라가 잘 되어 갈 것이라고 했다.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면서 혼자 즐기지 말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적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즐겁겠습니까?” 하고 맹자께서 물었다. 그러니 선왕께서는 “(적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즐겁겠지요.”라고 했다. 그런 후 “적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즐겁겠습니까?”하고 물으니 선왕께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즐겁겠지요." 맹자께서는 선왕에게 "이제 왕께서 백성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신다면 왕 노릇을 잘 하시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 속에서 배울 것이 있다. 맹자께서는 왕이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즐거움을 느낄 줄 알아야 나라를 다스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가르치셨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도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기쁨과 괴로움을 함께 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今王(금왕)이 與百姓同樂(여백성동락)하시면 則王矣(칙왕의)시리이다” ‘지금 왕께서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신다면 왕노릇을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今長(금장)이 與學生同樂(여학생동락)하시면 則長矣(칙장의)시리이다” ‘지금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신다면 교장역할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학생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고 기쁨을 함께 하며 슬픔도 함께 하고 괴로움도 함께 해야 학교경영을 잘 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임금님이 백성을 근본으로 삼듯이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을 근본으로 삼아야 함을 잘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왕이 음악 즐기기를 백성들과 함께 하면 백성들의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왕의 종과 북 울리는 소리와 생황과 퉁소 부는 소리를 듣고서 모두가 즐거운 표정으로 기꺼이 희색을 나타내면서 서로 말하기를 ‘우리 왕께서 아마 질병이 없으신가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여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고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왕이 음악 즐기는 것을 백성들과 함께 하지 아니하면 반응은 이렇 것이다. 다들 골치를 앓고 콧날을 찌푸리면서 서로 말하기를 ‘우리 임금님은 음악 연주를 좋아하면서 대체 어째서 우리를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는 건가. 부자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는 헤어져 흩어버리니” 하며 불평 섞인 반응만 할 것이다.

우리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갖고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한다면 학생들은 우리 교장선생님 하시는 것마다 좋은 말, 긍정적인 말, 칭찬하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관심은 없고 오직 자기의 취미와 특기를 살려 그것만으로 만족해 하고 즐거워한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불평, 불만 섞인 말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상을 써 가면서 이마를 찡그리며 학교경영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것이다.

맹자께서 가르쳐주신 말씀, 與學生同樂(여학생동락)- ‘학생들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경영’은 학교경영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학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