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험문제 보셨나요?"

2010.02.28 21:26:00

학생들이 쓰는 답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
 
흔히들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암기 위주의 교육을 지적하곤 한다. 지식을 외우게 하고 그 외운 것을 테스트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점수가 높게 나오면 우수 성적이 되고 우수 학생이 된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가?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논술식, 서술식 문항이 출제되곤 하지만 일반화되지 못했고 교사들은 객관식 문항을 선호한다. 객관식은 채점이 빠르고 성적 감사 시 지적 당하지 않는다. 서답형 출제를 강제해도 기껏 낸다고 하는 것이 단답식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이것을 타파하는 작은 시도를 했다. 그것은 시험 문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180도 사고의 전환이다. 기존의 시험문제 출제 방식이 아니다. 국어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2년째 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 해결의 도화선이 됐으면 한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반편성고사에 우선 적용했다. 100점 만점에 무려 15점을 부여했다. 문항은 둘이지만 학생들이 답으로 쓰는 것은 문항당 3개씩 총 6개다. 답 하나 하나가 1.5점이다. 학생들은 자기가 알고 있거나 자신의 생각을 쓰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문항이다.

"서호중학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3개 쓰시오."

"각각의 사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쓰시오."

사고력, 비판력, 창의력 등을 기름은 물론 애교심을 키우는 문항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자신이 진학할 학교라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것이 정상이다. 적극적인 학생은 학교 홈페이지도 여러 번 방문했을 것이다. 출제교사는 학교 홈페이지에 '우리 학교에 관한 시험 문제가 출제 된다'는 사실을 공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답을 적었을까? 어느 한 학생의 답이다.
①교장 선생님이 인터넷에 기사를 올리신다. ②학교에서 축제를 한다. ③강당이 없다.
①학교를 알릴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②장기자랑도 하고 재밌을 것 같다. ③춥거나 비가 올 때는 체육을 못하는 게 아쉽다.

또 다른 학생의 답이다.
①7개의 표창을 받았다. ②2006년에 지어졌다. ③학생이 단정하다.
①선생님과 학생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②최근에 지어졌지만 훌륭한 선배를 배출했을 것이다. ③규칙을 세워 실천하기 때문에 단정한 것 같다.

채점에서는 알고 있는 사실이 옳거나 그른 것을 따지지 않는다. 개개의 사실에 대한 의견의 가부를 채점하지 않는다. 열린 사고에 의한 열린 채점이다. 학생들은 쓰기만 해도 정답이다. 때론 부분점수를 인정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가 일상화되면 학생들의 사고력이 크게 신장되리라 본다. 공부 방식도 달라지고 교사들의 수업 방식도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지식을 외우고 그 재생 여부가 실력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토론식 수업이 위주가 되리라 보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아직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정규 시험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사가 답을 예측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에서 답이 무궁무진하게 나오는 개방적 문항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출제문항이 우리나라 교육을 바꾸고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영재를 키울 수 있다.

학교 교장, 교감, 교사의 사고의 전환이 교육을 바꿀 수 있다.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미래는 개방적 사고를 갖춘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문항 출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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