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동결, 신입생은 제외

2010.03.01 22:28:00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야단이다. 이공 계열은 1년에 1천만 원대이다. 영광스러운 대학 공부가 오히려 가계에 큰 부담 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경제 한파로 젊은이들이 진학을 포기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급기야 이 문제는 각 가정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정치권에도 고민거리가 됐다.

다행히 올해는 꽉 막힌 숨통이 트이는 변화가 있었다. 취업 후 등록금을 상환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을 향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현행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제와 비교했을 때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일정 소득을 전제로 갚게 되므로 무조건 상환 의무에 따른 신용 불량자 양산을 줄일 수 있다는 발전된 제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등록금 동결에 대한 의사 표현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후에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입생에게는 불리한 점이 많다. 우선 신입생은 학자금 대출이 시기적으로 촉급해 혜택을 보기 어렵다. 최근 대학 입학 제도는 추가 합격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가, 나, 다’ 군별로 대학을 옮길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추가 합격 때는 등록일이 당일이거나 다음날 오전까지인 경우가 많다. 거액의 현금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등록일을 맞출 수가 없다. 대출 신청 후 소득 분위를 확인하는 데만 최소 열흘이 걸리기 때문에 신입생의 경우 등록 기간 내에 대출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신입생은 정식 등록 전에 ‘가등록(假登錄)’ 제도를 두거나 혹은 ‘대출 신청서’ 등으로 등록을 대신해주는 행정 제도가 필요하다. ‘대출 신청’ 후 열흘 정도 걸리기 때문에 3월 입학 전에 등록이 가능하므로 대학으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일이 하나도 없다.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한다고 하면서도 신입생은 제외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즉, 대학의 등록금 동결은 재학생에게만 해당한다. 대학은 재학생은 등록금을 동결하고, 신입생에게는 입학금을 인상해서 받고 있다. 한 시민 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2005∼2010년 수도권 50개 대학 중 16곳이 올해 신입생 입학금을 인상했으며 이 중 일부 대학은 등록금 동결을 선언해 놓고 신입생 입학금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간 입학금 인상률은 평균 24.1%로 이 기간 물가인상률이 매년 2∼3%대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해마다 물가인상률보다 2배 이상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50개 대학의 입학금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약 89만원이다. 특히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 입학금은 평균 1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은 입학금에 대해 구체적인 산출 근거와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인상폭도 물가인상률 등과 비교해서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데 따른 손실을 신입생에게 부담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의 경우 합격 통보를 받으면 무조건 등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대학은 이를 이용해 등록금 동결에 대한 보전을 손쉽게 해결하고 있는 꼴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덩달아 올라가는 등록금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대학생들은 부모님 눈치를 보고 공부하느냐 마음에 부담도 크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대학 등록금 반값 이야기가 나왔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어버린다.

대학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등록금과 입학금을 인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천억 원의 돈을 유보금 명목으로 쌓아놓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교육의 질에 비해 우리나라같이 등록금 싼 데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질에 관계없이 모두 일률적으로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 국민의 정서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매년 불신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우리 대학이 그동안 교육의 질보다 학교의 시설 투자에 등록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대학 규모 확대에 열을 올려왔다. 이제라도 대학은 민주성과 투명성이 보장된 등록금 책정으로 선회해야 한다. 대학은 등록금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써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본연의 책무를 다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도 등록금 인상에 대해 일면 수긍을 하게 될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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